[뉴스토마토 박지훈기자]
삼성전자(005930)가 독일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의 갤럭시탭10.1 판매금지 가처분 결정에 불복해 항소 의사를 밝히면서 삼성과 애플 간 특허전쟁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독일 내 갤럭시탭10.1의 판매금지 조치는 이어지지만 독일 외 유럽지역의 판매는 지속할 수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유럽 최대시장 중 하나인 독일지역을 잃어 일부 손실은 불가피하다.
특히 항소심 법정공방에 수 개월이 걸려 빠른 종결을 기대하기 힘들고, 한국, 일본,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유사한 소송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두 회사의 행보에 글로벌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7월 삼성전자는 한국에 이어 프랑스에서도 애플에 휴대전화 통신표준 관련 특허 3건의 침해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여태껏 애플이 디자인 관련 특허 소송을 제기한 것에 방어적으로 대응한 것에서 벗어나 적극 공세로 자세를 바꾼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애플은 삼성이 가지고 있는 통신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며 "애플 역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동안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시스템반도체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삼성전자가 전량 위탁생산 했던 것과 달리 애플은 아이폰5에 들어갈 'A6' 칩의 생산 주문을 반도체 주문생산 전문업체인 TSMC로 확대했다.
이밖에 AP 외에 메모리반도체도 일본 도시바에서 조달하는 물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애플의 행보는 삼성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로 해석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은 여전히 애플의 최대 협력사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들의 갈등이 적정선에서 협의점을 찾고 마무리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디램과 낸드플래시 등 핵심부품에서 삼성이 실질적인 독과점을 유지하기 때문에 애플이 삼성을 제외하고 부품을 생각할 수 없다고 전망한다.
부품단가 인하 거부, 경쟁제품 출시 등 잇따른 삼성의 행보에 심기가 불편해진 애플이 '길들이기'에 나섰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노키아와 2년여간 벌인 특허소송에서 특허사용료 지불에 합의한 것을 예로 들며 "글로벌 기업 간 특허소송은 통상 '크로스 라이센스' 등으로 합의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이런 소송의 목적은 진짜 특허 침해 피해 보다는 경쟁제품에 관한 견제의 성격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전자측은 "지난해 갤럭시S가 출시됐을 때는 조용하다가 갤럭시탭10.1이 나오자 소송을 시작했다"며 견제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에 대해 최도연 LIG 투자증권 연구원은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이후 안드로이드 진영에 대한 애플의 공세가 본격화된 것"이라며 "다만, 삼성과 애플의 상호 협력 관계로 볼 때 적정선에서 마무리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애플의 소송을 통해 오히려 애플의 유일한 라이벌은 삼성이라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준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