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원·달러 환율이 추석연휴 직후인 14일 폭등하면서 1100원을 돌파한 뒤 15일에도 급등세를 보이는 등 외환시장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긴급히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어 향후 환율이 어디까지 오를 것인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내 물가급등이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 환율까지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외환시장 불안감과 더불어 실물경기 침체에 더욱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8.6원 오른 1116.4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 30원 넘게 오른데 따른 부담에도 불구하고 이틀 연속 오름세다.
이날 정부는 환율의 급격한 변동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약발은 먹히지 않았고 결국 1116원도 뚫었다.
전문가들은 유럽 국가 채무 위기라는 외생 변수가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대외불안이 해소되지 않는 한 환율의 안정적인 흐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리스에 대한 지원 소식에도 불구하고 환율은 이틀 연속 큰 폭으로 상승했다"며 "추석 연휴를 전후로 수위가 한층 높아진 유로존에 대한 불안감이 전혀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외 불안감에 글로벌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정리하는 움직임도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 중에 하나다.
정미영 삼성선물 팀장은 "며칠 전부터 외국인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정리하는 분위기며 일부는 아시아통화에 대한 매수포지션도 철회하고 있다"며 환율이 단기적으로 급등했지만 포지션을 줄일 가능성이 있어서 중장기적으로 환율은 좀 더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펀더멘털과는 관계없이 포지션을 줄이는 움직임이다 보니 정부 개입도 소용없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수급에 따라 환율이 움직일 때는 당국 개입이 약발이 먹혔겠지만 최근 투자자들의 포지션 축소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당국 개입은 오히려 달러를 사려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보조금을 대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이날 환율 상승이 지속되자 정부가 환율의 급격한 변동성을 우려하며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환율은 잠시 주춤한 뒤 가파르게 상승해 장중 고점 부근에서 장을 마쳤다.
◇ 이틀새 40원↑..리먼사태 재현될까
대부분 전문가들은 유럽발 신용리스크 확산과 함께 투자자들이 자산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당분간 환율의 추가 상승은 불가피하며 1200원대도 열어둬야 한다고 보고있다.
박 연구위원은 "1100원대로 한 단계 레벨업 한 환율이 좀 더 오를지 여부는두고봐야겠지만 변동성이 커진 것은 확실하다"며 "유럽 쪽에서 나오는 뉴스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될 경우 과거 리먼사태 이후 환율의 움직임을 따라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임노중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지지 않아도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면 연말 1200원선까지 오를 수도 있으며 실제로 디폴트로 가면 그 충격은 리먼사태 수준과도 맞먹을 수 있다는 있다"고 말했다.
2008년 리먼사태를 전후로 원달러 환율은 900원대에서 1600원선으로 수직상승했다.
대신증권 김윤기 경제조사실장은 "위기가 확대되면 환율이 1200원을 넘는 것은 순식간이다"며 "우리나라에서 유럽계 자금은 걷잡을 수 없이 빠져나갈 것이고 이에 환율은 급등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에 정미영 삼성선물 팀장은 "2008년 당시에는 달러매도 포지션에 쏠림이 심했던 상황에서 이변이 생겼지만 현재는 그러한 쏠림은 없다"며 "환율이 불안한 움직임을 지속하고는 있지만 리먼사태 당시의 흐름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