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장관 없는 물가장관회의..MB지시 '약발' 다했나

입력 : 2011-09-16 오후 3:16:00
[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16일 과천 종합정부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장관인사는 이렇게 달랑 3명이었다. 회의를 주재한 박 장관을 제외하면 실제로 회의에 참석한 장관은 2명이었던 셈이다. 이날 회의장에는 사람보다 빈 의자가 더 많았다.
 
물가회의는 지난 1월 13일 서민물가 안정을 위한 종합대책 이후 정례화돼 임종룡 전 기획재정부 1차관(국무총리실장)이 매주 금요일마다 주재한 실무회의였다. 이를 지난 7월 이명박 대통령이 장관급으로 격상시켰다.
 
이에 따라 재정부와 관계부처는 지난 7월26일 박 장관 주재로 첫 물가관계장관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는 13개 부처 중 9개 부처 장관들이 참석했다. 출석률 69%로 정부가 물가대책에 심혈을 기울인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불과 한달 보름만에 대통령 지시가 약발이 떨어졌는지 회의 참석 인원은 2명에 불과했다.
 
대통령이 "물가에 신경쓰라. 현장에 나가라"는 지시가 다시 있기 전에는 각 부처 장관들을 물가회의에서 만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장관들이 부처 현안 챙기기에도 힘겨운 국감 시즌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출석률이 저조한 또 다른 이유는 물가잡기에 긴장감이 떨어진 탓도 있어 보인다.
 
16일 박 장관은 "추석기간 중 추석성수품을 집중 공급한 덕분에 배추, 사과 등이 8월 하순에 비해 가격안정세가 두드러졌다"며 "상추 등 다른 농산물 가격도 양호한 흐름을 보여 당분간 안정세가 지속될 것"으로 낙관론을 펼쳤다.
 
그러나 실제는 정반대다. 물가는 잡히기는 커녕 더욱더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8월 물가는 3년만에 최고치였다. 9월 이후의 소비자 물가를 전망할 수 있는 8월 생산자물가지수도 4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론 회의를 자주 여는 게 능사는 아니다. '회의가 많은 기업은 망한다'거나 '회의를 오래하는 리더는 바보'라는 말처럼 회의 자체보다는 알맹이 있는 회의결과가 중요하다. 정부의 물가회의의 경우는 '물가를 잡을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물가를 잡겠다던 정부의 호언장담이 벌써 1년 가까이 지났지만 물가는 잡히기는커녕 더욱 요동치고 있다. 
 
이날 물가회의가 썰렁했던 이유는 그동안 수많은 경제관련, 물가관련 회의가 별반 소용이 없었다는 자기반성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정부의 물가관리 의지가 약해졌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대통령의 '레임덕' 때문일까?    
 
어떤 이유에서든, 물가장관회의에 장관들의 불참은 고물가로 고통받는 국민들의 가슴을 한번더 할퀴는 무능정부의 직무태만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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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