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형주기자]
삼성전기(009150)가 텔레비전(TV)·개인용컴퓨터(PC) 수요 부진과 스마트기기 경쟁 심화에 허덕이고 있다.
시장에선 이처럼 부진한 업황에 3~4분기 실적은 이미 '물 건너 갔다'고 보는 시각이 팽배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삼성측은 초소형·고용량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개발해 돌파구를 마련해 본다는 전략이지만, 이 제품이 언제쯤 매출에 반영돼 실적 개선에 이를 수 있을지 안갯속이다.
삼성전기는 지난 11일 세계 최초로 가로 0.6밀리미터(mm), 세로 0.3mm인 '0603' 규격 2.2마이크로패럿(㎌)급 MLCC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모바일기기에 적용되는 제품을 뺀 나머지 정보기술(IT) 부품 분야에선 일단 일본 무라타에 밀리는 형국이고, 밑에선 3, 4위 업체들이 치고 올라오다 보니 급기야 '틈새전략' 카드를 빼든 것이다.
회사에선 이번 제품 개발로 경쟁사보다 1년 이상 앞서 고부가(하이엔드) MLCC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됐다고 기대하는 눈치이지만, 양산 시점이 아직 불투명한 데다 신제품이 매출에 반영돼도 이미 수익성이 악화일로인 기존 제품의 부진을 얼마나 털어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증권전문가들은 MLCC 경쟁 심화로 판매가격이 내리면서 삼성전기의 마진율이 많이 떨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전방산업인 TV·PC 수요 부진까지 겹쳐 발광다이오드(LED) 부문의 매출 또한 약화될 것으로 판단, 당분간 실적과 주가 모멘텀 개선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눈치다.
김운호 한화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가 개발한 초소형·고용량 MLCC는 최근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임을 감안할 때 적절한 선택이었다"면서도 "이제 막 나온거라 언제 채택돼 상용화될 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작은 동시에 고용량인 제품을 누구보다 빨리 만든 셈인 만큼 업황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볼 수 있지만, 그게 어느 시점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것이다.
MLCC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만 편중돼선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트업체들이 요구하는 각기 다른 제품에 적용되는 다양한 라인업이 구성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성민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은 "수익이 나는 제품이든 아니든 다양한 게 유리하다"며 "세트메이커가 필요로 하는 제품 사이즈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그에 맞는 다양한 라인업이 구축돼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우려되는 부분은 최근 개발한 초소형 제품이 아니다"며 "다른 MLCC 제품의 경우 후발주자들도 무리없이 만드는 수준까지 치고 올라왔기 때문에 가격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즉, TV나 PC에 들어가는 MLCC시장에서 점유율(M/S)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다른 경쟁사들이 가격을 내릴 때 삼성전기도 덩달아 내려야 하기 때문에 이래저래 지난해 만큼의 호황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기업계 관계자도 "삼성전기가 MLCC 분야에서 경쟁력을 차곡차곡 쌓아 나가는 건 새로운 소식은 아니다"며 "이런 상황에서 또 신제품이 나온 건 긍정적이지만, 현재 지지부진한 실적의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제때 상용화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회사 매출 비중이 TV 등 부품 분야에도 쏠려 있기 때문에, TV시장이 호전되기 전까지 큰 폭 개선은 어렵다"고 덧붙였다.
MLCC 부품 자체도 액정표시장치(LCD) 업황 개선이 선수반돼야 빛을 볼 수 있다. 만약 LCD시장이 바닥을 치면 MLCC 경쟁력 강화와 맞물려 제품 수요가 탄력을 받을 수 있지만, 아직 그 시점이 언제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삼성전기가 기존 IT부문 외 비IT(non-IT) 부문에도 진출, 매출 기반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령 해외 경쟁사인 일본 무라타와 비교하면, IT 분야에선 삼성전기가 많이 따라잡았지만, 비IT 부문에선 아직 멀었다는 분석이 많다.
MLCC는 IT 제품을 비롯, 자동차 등 다양한 기계장비에 적용될 수 있는데, 현재 IT 외 시장은 무라타가 꽉 잡고 있다.
자동차 등 기타장비에 들어가는 MLCC는 모바일처럼 크기 제약이 없어,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구축한 무라타가 훨씬 유리한 상황이다. 반면 삼성전기 제품은 IT 시장에 편중돼 있다.
박성민 연구원은 "비IT 분야의 시장을 뚫으려면 그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와 신뢰를 확보하는 게 급선무인데, 삼성전기가 이 부분에서 고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로선 생산능력(Capa)이 IT에만 집중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