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금융당국, 얼어붙은 스팩시장 깨울까..'글쎄'

단계별 규제완화 미비, IPO 대비 매력 낮아

입력 : 2011-10-25 오전 10:00:00
[뉴스토마토 김세연기자] 금융당국이 고사위기에 빠진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이하 스팩)시장 회복을 위한 개선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지난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과 함께 기업가치 산정 기준이 되는 자본환원율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내용 등을 담은 '스팩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고 연내 관련규정 개정과 함께 본격적인 시행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스팩시장의 성장을 저해하는 규제를 완화해 활성화를 이끌겠다는 노력이지만 차갑게 식어버린 실제 시장에서 얼마나 많은 비상장기업의 진입을 이끌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 스팩, 시장선 빛좋은 개살구
 
스팩이란 기업 인수를 목적으로한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를 공모로 상장하고 우량 비상장기업을 합병한 후 지분매각을 통해 스팩 투자자들의 투자이익을 보장하는 수익구조를 갖춘 우회상장의 또 다른 방법이다.
 
스팩은 지난해부터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유망 비상장기업을 발굴해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거나 금융부문의 유동성을 실물경제 부문으로 공급한다는 면에서 금융과 실물경제의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방안으로 관심을 끌어왔다.  
 
하지만, 스팩시장이 형성된 이후 현재까지 시장에 상장된 스팩은 총 22곳.
 
이 가운데 실제 기업 합병을 성사한 사례는 단 두 차례에 불과하다.
 
우선 시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공개(IPO)가 아닌 스팩 이용은 비상장기업에게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에 정작 시장은 열렸지만 합병을 원하는 기업은 많지 않았다.
 
때문에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굳이 시장에서 우려하는 스팩보다는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실질적 기업가치를 충분히 알릴 수 있는 IPO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여기에 지난해 11월 정부가 기업의 무분별한 자본확충을 위한 우회상장 피해를 막기 위해 기존 5%에 불과했던 자본환원율을 10%로 두 배이상 높이자 굳이 낮은 기업평가를 받게되는 스팩을 외면하는 기업들이 더욱 늘어났다.
 
상장이전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일종의 할인율인 자본환원율은 당초 5%에 불과했다.
 
가령 연간 1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에 5%를 적용하면 기업가치는 200억원으로 평가받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10%의 적용을 받게되면 가치는 절반 수준인 100억원대로 크게 줄어들어 상장기업 입장에서는 앉은 자리에서 기업의 벨류에이션이 반 토막 나는 셈이다.
 
상장이후의 사정도 스팩기업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진 않은 모습이다.
 
HMC투자증권을 통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합병에 성공한 화신정공(126640)은 지난 8월 17일 상장 첫날 2485원으로 첫 거래를 시작했지만 24일 전 거래일보다 2.61% 하락한 1645원에 거래를 마쳤다.
 
제 2호 스팩으로 각광을 받았던 알톤스포츠(123750)도 0.38% 내린 5290원에 마감했다. 지난 8월 26일 상장당시 기록했던 시초가(6770원)보다 1000원이상 하락한 셈이다.
 
◇ 제도 개선..아직은 미지수 '갈 길 멀었다'
 
증권업계는 금융당국의 스팩시장 살리기 노력에 대해 일단 긍정적인 변화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스팩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A 증권사의 기업금융팀장은 "스팩이 기존 IPO의 대안이란 측면에서 접근하기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기업의 자본환원율에 자율권을 부여하는 것은 특화된 상품화로 가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이전 장점이 없던 스팩시장에서 IPO보다 매력적인 스팩시장의 가능성이 부각되면 시장으로 진입하려는 대상 기업이 많아지고 이는 곧 시장 전반의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도 많은 투자대상 기업들이 생기는 만큼 이전보다 많이 스팩시장에 관심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스팩시장의 또 다른 혼란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지적됐다.
 
B 증권사 기업금융 담당자는 "스팩자체가 성사여부를 결정짓는 것은 크게 3단계로 구분되는데, 정부의 자본환원율 자율화 노력은 1단계인 합병 의사결의 단계에만 국한될 뿐 이후 남아있는 거래소의 심사 승인 단계나 합병을 결정하는 최종 주주총회 승인단계에 대한 문제점들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꼬집었다.
 
C증권사 기업금융 담당자도 "비상장기업들이 기업가치 산정 규제완화로 IPO가 아닌 스팩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자율권을 보장해도 현재 금리상 최대 할인율을 적용하는 증권발행 규정상에서 실제 자본환원율이 10%에 육박해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초기 합병 의사결의 단계에서도 본질가치를 판단할때는 시중 금리 상황을 감안한 최대 할인율을 적용하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기관 투자자로 스팩기업의 지본을 보유하고 있는 자산운용사 C의 담당자도 "스팩시장에 성공을 위한 또 한번의 변환점"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우회상장을 꾀하는 부실기업의 등장도 우려돼 금융당국이 강조했던 투자자 보호가 얼마나 실현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스팩 합병을 추진해오던 한 신성장동력 기업의 담당자는 "스팩규제가 완화됐지만 당초 스팩 초기단계에 수혜를 기대했던 신성장동력 관련 기업들의 관심은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이제는 투자자 뿐 만 아니라 기술과 성장성을 갖췄지만 투자확대 여력이 부족한 이들 기업을 시장으로 이끌 수 있는 또 다른 개선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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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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