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문사 배상 소멸시효, 진상 규명시점부터 계산해야"

입력 : 2011-10-25 오전 10:23:48
[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군 의문사에 대한 손해배상은 사망 발생일이 아닌 진상이 규명된 시점부터 소멸시효를 계산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선임병들의 가혹행위에 못이겨 자살한 남모씨(사망당시 21세)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군의 특성상 군 외부에 있는 민간인이 그러한 불법행위가 존재하였는지 하는 사실을 인식하기는 원칙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며 "이는 불법행위로 인한 군 내부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렇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비록 군 당국이 원고들의 국가배상청구권 행사를 직접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를 한 적은 없다고 하더라도, 원고들로서는 그것이 망인의 자살이 부대관계자들의 불법행위로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진상규명결정이 내려짐으로써 비로소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며 "그 전까지의 기간 동안에는 원고들이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가 있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가 후진적 형태의 군대 내 사고의 발생을 막지 못하고서도 망인이나 유족에 대해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피고 자신의 책임으로 빚어진 권리행사의 장애상태 때문에 소멸시효기간이 경과하였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망인과 그 유족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마저도 면하는 결과를 인정한다면, 이는 현저히 정의와 공평의 관념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남씨는 학생운동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군기잡기'를 빙자한 선임병들의 구타와 가혹행위, 언어폭력 등에 못이겨 1991년 2월 스스로 목을 매 자살했다. 사건을 수사한 헌병은 그러나 남씨가 복무부적응을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보고 사건을 종결했다.
 
남씨의 유족들은 군의문사진상규명위에 남씨가 사망하게 된 진상을 밝혀달라고 신청했으나 두 번에 걸친 조사에서도 남씨의 사망 경위와 동기가 밝혀지지 않다가 2009년 3월 '진실 ·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조사결과 남씨가 구타로 인해 자살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 2심 재판부는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으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기 전에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지 못한 남씨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며 국가의 책임을 50%로 제한하고 61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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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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