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매년 40조원대의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정부의 공공 건설사업이 예산배분 실패, 설계공법 오류 등으로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공공공사 비효율 연구보고서'를 통해 "국내 공공 건설사업의 고질병이나 다름없는 타당성 조사 실패, 분산투자로 인한 공기지연, 성과관리 체계 부재 등의 불합리한 건설업계 관행이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고속철도, 공항, 지하철, 고속도로 등 대형 국책사업의 사업비 증가 및 사업기간 지연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서가 정부의 총사업비 관리 대상 사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당초 계획 대비 2배 이상 증가된 사업이 총 58건으로 조사됐다.
또 건설산업선진화위원회 공공사업효율화분과에서 전국의 10개 발주청을 대상으로 2005~2007년 사이에 준공된 건설사업의 사업비, 사업기간 증가 실태를 조사한 결과 기획단계에 산정한 사업비보다 준공시 사업비가 증가된 사업은 전체의 57%, 사업기간은 조사 대상 사업 44개 중 단 한 개을 제외한 모든 사업이 증가했다.
44개 공공사업의 평균 사업비 증가율(기획 대비 준공)은 41%, 평균 사업기간 증가율은 46%며, 공사기간 증가율은 61%로 나타나 국내 공공 건설사업의 사업 기간, 공사 기간 지연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44개의 조사 대상 사업 중 절반 이상의 사업이 기획단계에서부터 사업비에 대한 정보조차도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총체적인 목표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결국 공기지연, 사업비 증가 등 예산낭비의 근본적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한건설협회가 최근 전국의 451개 SOC 현장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현장 중 47.7%가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예산이 부족한 현장 중 38.1%에 해당되는 82개 현장에서 사전(외상) 공사를, 94개 현장(43.7%)은 현장관리 인원을 축소하는 등 파행적인 현장 운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76.2%의 현장에서는 사전 공사에 따른 보상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액 보상을 받은 현장은 9%에 그치고 있다.
보고서는 또 공공 건설사업의 비효율성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 국내 건설산업의 전반에 깔려 있는 건설문화 및 관행의 후진성 ▲ 예산의 부적절한 배분 및 비효율적 집행 ▲ 타당성 조사 실패 ▲ 설계·엔지니어링업체 역량 부족으로 인한 설계 오류 ▲ 과도한 법 제도와 정부 규제 ▲ 민자사업의 왜곡된 인센티브 ▲ 공공 발주자의 사업관리 역량 부족 등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