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낙태를 금지한 형법 조항(형법 제270조 제1항)의 헌법위반여부를 가리는 공개변론이 10일 오후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이날 열린 공개변론에서 위헌소원을 제기한 청구인측과 이해관계기관인 법부부측은 낙태 허용여부를 놓고 팽팽한 공방을 벌였다.
◇ 태아의 생명권 vs 임부의 자기결정권
양측은 임신초기의 낙태를 허용하고 있지 않은 현재의 낙태죄 조항이 임부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를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였다.
청구인측 대리인은 "현재의 낙태금지 조항은 출산을 원하지 않는 여성에게 출산을 강요해 임부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있다"면서 "낙태를 좋아서 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단순히 당위성만을 주장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법무부측은 "헌법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인간의 생명권"이라며 "태아자체도 하나의 생명이고 임부의 뱃속에 있는 태아도 염색체를 가진 하나의 생명이다. 임부가 가진 결정권만을 주장하며 이를 박탈할 수는 없다"고 맞섰다.
이어 법무부측은 "잉태된 생명은 그 자체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며 "단순한 사회경제적 가치로 태아를 평가할 수 없다. 그렇게 된다면 스티브 잡스도, 버락 오바마도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 ‘사회·경제적 사유’ 인정 vs 불인정
이날 재판부는 양측에게 똑같이 "일부 국가에서는 신체적·경제적으로 임부가 약자일 경우, 임부를 보호하기 위한 제한적인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이에 청구인측은 "우리는 무분별하고 무한정적인 낙태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합리적인 선을 정하고 임신 초기의 안전한 낙태에 대해 허용을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법조항은 과잉규제적인 측면이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청구인측 참고인으로 나온 양현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여성의 낙태는 한국의 사회구조적 문제로 생긴 현상"이라고 규정한 뒤 "미혼여성도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낙태는 자연스럽게 없어질 것이다. 한국의 수많은 낙태는 여성의 성적 취약함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무부측은 "사회·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가 전체 낙태의 95%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는 것은 사실상 대부분의 낙태를 허용하는 것"이라며 "낙태 허용의 기준과 범위를 결정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맞섰다.
◇ 낙태죄 이미 사문화 vs 규범적 조항으로 유지해야
청구인측은 낙태를 금지하는 현재 형법 조항이 이미 사문화되었다고 주장했다.
청구인측은 "실제 1년 동안 실제 낙태건수가 100만건에 이른다는 통계가 나와있는데 1년 동안 입건은 50여건, 기소는 10여건, 실형은 1건에 이를까 말까다"면서 "낙태법률은 이미 사문화된 조항으로 과잉규제"라고 말했다.
이에 법무부측은 "현재 낙태로 인한 처벌이 적은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법을 폐지해서 낙태를 자유롭게 허용하는 것은 국민의 법의식에 맞지 않는다. 낙태죄를 형식적이나 규범적이라도 이를 유지해야만 무분별한 낙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산사인 청구인은 지난해 1월 원치 않은 임신을 한 김모씨로부터 갓 6주된 태아를 낙태시켜 달라는 촉탁을 받고 진공기를 김씨의 자궁 안에 넣어 태아를 배출해 낙태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청구인은 이 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중 처벌의 근거가 되는 형법 제270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지난해 10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