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딜레마에 빠진 MB경제

'균형재정' 외치면서 미니경기부양 나서

입력 : 2011-11-21 오후 5:55:43
[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성장'과 '물가안정'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던 정부의 경제목표가 성장도 물가도 모두 놓친 형국이 된지는 오래 전이다.
 
결국 올해들어 계속되는 고물가에 정부는 지난 6월, '2011년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하며 정책의 최우선 과제를 '물가'에 두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성장대신 균형재정을 새로운 목표로 제시했다. 균형재정 시기를 1년 앞당겨 이명박 대통령 임기인 2013년까지 재정건전성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딜레마에 빠져 갈 길을 잃은 모습이다.
 
경기둔화가 장기화 국면에 들어서면서 균형재정을 추구하자니 경기침체가 부담이 되는 것이다. 때문에 기획재정부는 지난 14일에는 류성걸 재정부 2차관 주재로 '재정관리 점검회의'를 갖고 각 부처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연말 재정집행률을 높이라고 독려했다.
 
유럽 재정위기로 대내외 경제상황이 불안한 데다 최근 실물지표도 일부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경기 부양의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즉, '미니 경기부양'에 나선 것이다.
 
경기 둔화를 점치는 상황은 국책연구기관의 내년도 경제전망도 흐릿하다. 지난 20일 한국개발연구원(KDI)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4.3%에서 3.8%로 하향조정했다. 그것도 유럽재정위기가 안정된다는 전제다. 그동안 2.5~3.6%로 전망한 국내외 민간연구기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에도 끔쩍하지 않던 국책연구기관 마저 결국 '백기'를 든 것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제의 하방요인"을 언급하며 지난 9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내수를 부양하기 위한 추경예산 편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면서 경기 둔화를 고려한 추경예산 편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경제수장의 발언이나, 균형재정을 운운하면서 '미니경기부양'을 추구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국민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또 정부는 지난 9월, 2012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내년 예산안을 4.5% 성장에다 세수는 올해보다 9.7% 늘어나는 것을 전제로 짰다. 성장과 세수 전망 모두 현실과 동떨어져도 한참이나 동떨어져 있다.
 
더구나 산업은행, 기업은행, 인천공항공사 지분을 매각해 세외 수입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제는 날로 악화일로를 걸으며, 국책연구기관까지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하향조정하고 있는 마당에, 정부는 안팔릴지도 모르는 자산까지 세수로 포함해 경제운용을 하겠다는 것이다.
 
'747공약(연평균 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 강국)'이 무너지면서 현 정부의 마지막 보루는 '균형재정'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이를 지키자니 경제는 위기로 치달아 가고, 위기를 막자니 균형재정은 요원해지고 있다.
 
난감한 정부 입장을 이해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성장과 물가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결국 그 피해를 온전히 국민이 져야 하는 상황을 또다시 반복해서는 안된다. 이제 현실을 직시하고, 위기상황에 맞는 경제운용을 다시 짜야한다. 절박하고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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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