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손지연기자] 음식료품 쇼핑에 있어 까다로운 주부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물건을 고르는 대신 온라인 쇼핑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자 주부들이 온라인마트를 이용해서 한 푼이라도 더 아끼겠다는 심리가 영향을 미쳤다.
◇ 경기 어려울 때마다 늘어난 음식료품 온라인 거래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3분기 전자상거래 및 사이버쇼핑 동향'에 따르면,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사이버쇼핑 거래액은 7조277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16.3%, 지난 2분기보다는 3.3%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3분기에 비해 ▲음·식료품(28%) ▲컴퓨터 및 주변기기(26.3%) ▲농수산물(21.8%) ▲여행 및 예약서비스(21.1%) 등이 증가한 반면, 소프트웨어(-25.3%), 꽃(-8.7%) 등은 감소했다.
특히 전자상거래 동향 조사가 시작된 2002년 이후 음·식료품의 거래액 전년동기비를 살펴보면, 경기가 어려울 때마다 증가폭이 커졌다.
음·식료품 거래액 전년동기비는 카드대란 사태로 신용불량자가 늘어나기 시작하던 2002년 160.9%로 대폭 증가했다가 2003년~2005년까지 30~40%대, 2006~2007년 10%대로 낮아졌다.
그러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과 2009년에는 30%대로 다시 높아졌고, 2010년에는 20%대로 낮아졌다.
음·식료품 거래액 증가폭은 2011년 3분기 현재 28.9%로 다시 증가했다.
◇ '불황' 때문에 '저가' 찾아 인터넷 삼매경
이같은 현상에 대해 현용진 카이스트 교수는 "'불황' 탓에 가격에 민감한 '가격지향적' 소비자가 온라인 거래로 몰렸다"고 진단했다.
그는 "유통론적 관점에서 음식료품의 온라인 구매는 편리함을 추구하는 일명 'high-end'(고급취향) 구매층의 브랜드 위주 구매와 저렴한 것을 추구하는 'low-end' 구매층으로 나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에는 고물가의 영향으로 품질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저가로 살 수 있는 기회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이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또, 경기불황 때마다 온라인 음·식료품 구매가 늘어난 것에 대해서도 "상당한 연관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단, 2000년대 초 전자상거래 실적은 인터넷이 급속도로 보급된 시기이기 때문에 인터넷 보급 붐의 영향도 있었다는 분석이다.
강종환 통계청 서비스업동향과장은 2002년의 음·식료품 전자상거래 급성장세에 대해 "조사가 처음으로 시작된 시기라 조사대상이 적었던 이유"라고 말했다.
◇ 소비자는 눈물 겹다
최근 식료품값이 급등하면서 엥겔지수도 크게 오르고 있다.
며칠 전 통계청의 '3분기 가계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 3분기 전체 가구의 엥겔지수는 15.0%로 2008년 3분기(15.1%)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았다.
엥겔지수는 전체 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이 지수가 높다는 것은 기본적인 생존을 위한 식료품 구입에 많은 돈을 쓴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먹을 만하면서도 저렴한 제품을 찾기 위해 일일이 비교해야 하는 소비자는 피곤하기만 하다.
통계청은 향후 소비자물가가 안정되면 엥겔지수도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3분기 엥겔지수가 상승한 것은 농축수산물을 중심으로 한 식료품 가격 상승에 따른 것으로 추세적인 현상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