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중요 고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불법인가. 급변하는 증권가를 쫓아오지 못하는 관련 규정의 불비라고 생각된다"
ELW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한 증권사 임원의 말이다.
ELW 사건 관련 대신증권 선고일이 다가오면서 재판결과와 함께 사건의 발단이 어디에 있었느냐는 데 이목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
국내 대형 12개 증권사가 동시에 같은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데다가 지난 3일에는 이들 가운데 6개사의 대표들과 임원들이 피고인 신분으로 한날 한시에 같은 법정에 서는 초유의 사태도 발생했다.
재판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지만, 이번 사건의 한 원인으로서 금융당국이 임무에 소홀했다는 비판과 함께 관련 규정이 정교하게 정비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앞의 임원은 "ELW 문제는 감독의 문제이지 불공정거래나 자본시장법 문제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사건의 발단은 법률과 각종 규정을 둘러싼 논란의 단초를 애초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당국이 제공했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검찰이 자신감을 갖고 이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 것도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증권거래소의 책임있는 담당자들의 진술때문이다. 즉 ELW 거래에 있어서 '속도'가 중요한 요인이고, 속도에 차이가 난다면 불공정한 거래라는 검찰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진술을 한 것도 이 기관에 몸담고 있는 관계자들이다.
그런데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이들은 모호한 진술을 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검찰은 믿었던 증인들에게 뒷통수를 얻어맞는 상황이 되었고,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진땀을 흘린 것도 이들의 '사실상 진술번복; 때문이다.
특히 지난 4월 검찰수사가 시작되고 난 이후인 5월19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ELW 추가 건전화방안'은 재판 내내 쟁점이 됐다.
이 자료에는 '증권사의 방화벽을 거치지 않는 전용선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들어있기 때문에, 검찰은 여기에 주요 근거를 두고 수사와 재판을 진행해왔다.
또 방안에는 "증권사의 방화벽을 거치지 않고 스캘퍼의 주문처리 시스템을 호가제출 단계(FEP) 등에 탑재해 주는 경우는 금지"한다는 내용도 검찰에게 유리한 항목이다.
그러나 증권사 입장에서는 억울한 부분이 없지 않다. 지난 2009년 7월에 가장 먼저 알고리즘 매매프로그램이 탑재된 전용선을 제공한 현대증권은 2010년 5월 거래소로부터 감리를 받은 결과 "문제 없다"는 의견을 받았다.
'ELW 추가 건전화방안'에서도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합리적 범위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허용한다"는 점과 "투자자의 주문방법과 관련해 전용선을 제공하거나, 주문시스템 탑재 등 접수 위치상 편의 제공 등", "외국의 경우도 회원사 주문 통신장비 등에 투자자의 알고리즘 주문시스템을 탑재하는 것을 대부분 허용"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 부분은 증권사측에게 유리한 항목이다.
금감원의 개선 방안이 ELW 거래에 대한 검찰과 증권사측 쌍방에 유리한 근거로 모두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오는 28일 대신증권의 선고로 ELW 거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ELW에 대한 사법부 최초의 유권해석으로, ELW 거래에 관한 논란을 다소 가라앉힐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융위, 금감원, 증권거래소의 불분명하고 모호한 태도와 증권가의 현실과 법규범의 조화를 미처 담아내지 못한 부분은 재판이 끝난 이후에도 비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