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정훈기자] 최근 의원총회에서 재신임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쇄신파들을 중심으로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8일 '혁명 수준'이라는 표현을 앞세워 '당 쇄신 로드맵'을 전격 공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집권 여당의 대표로 20여만 당원에 대해 선출됐다. 자리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다"며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는 대표직 정상적으로 수행하겠다"고 사퇴불가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이에 대해 최근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한 남경필·원희룡 의원 등 당내 소장파 의원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대표직을 물러나는 것이 지금 홍 대표가 할 일"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쇄신안 발표 이후 당내 안팎의 긴장감이 극도로 고조되는 모양새다.
◇'혁명적 총선 기획단 구축'
홍 대표는 "재창당을 하기 위해선 공천절차가 일찍 완료돼야 한다"면서 "현역 의원 전원이 불출마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겠다"며 '선 공천, 후 재창당' 입장을 강조했다.
이어 "혁명에 준하는 총선 준비를 하겠다"며 "일찍이 보기 어려웠던 엄격한 기준으로 공천심사를 할 것이다. 현역의원·당협위원장의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천심사위원회에 가기 전 당외 인사로 구성된 재심사위원회를 가동해 2단계로 (공천)심사를 진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 4년간 의정활동과 조직 활동 등을 심사하고, 도덕성 문제나 자격 문제가 있을 경우 공천에서 원천 배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표명했다.
홍 대표는 "자기희생적이고 과감한 인재 영입을 추진하겠다"며 "장애인·빈곤층과 20~30대 등 젊은 세대가 정치에 참여하는 실질적인 방법도 검토 하겠다"고 덧붙였다.
◇재창당위 발족...'당헌당규 개정도'
이와 함께 홍 대표는 "내년 2월 중순께 재창당을 하겠다"고 밝혔다.
새 당은 단지 이름의 변경이 아니라, 당의 구조, 운영방식, 역할 등이 21세기 변화된 시대에 맞고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새 정당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재창당 추진위원회'가 당 쇄신과 관련한 전권을 행사하게 될 전망이다.
홍 대표는 "한나라당과 사실상 노선ㆍ정책이 거의 같거나 함께 할 수 있는 제 세력을 모아 범여권 대동단결을 추진하겠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잠재적 대권주자들이 내년 총선에서 실질적으로 전면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당헌ㆍ당규를 개정 하겠다고 표명했다.
앞서 당내 이견이 컷 던 당헌당규가 개정될 경우 박근혜ㆍ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 등 잠룡들이 조기에 당 운영에 참여할 수 있게 돼 당내 대선 경쟁이 조기 점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홍 대표는 당의 정강 정책 노선을 근본 재검토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는 성장과 복지가 조화를 이루고 사회정의가 구체적으로 반영되도록하며, 기득권ㆍ수구ㆍ부자 정당의 이미지를 씻고 젊은이가 희망을 갖는 정당 구현을 강조했다.
◇쇄신안 발표 이후 사퇴 요구 더욱 거세
홍 대표는 이날 구체적 방침과 계획에 대해선 말을 아낀 채 '쇄신의 큰 방향'을 정하는 수준에서 로드맵을 공개했다.
그러나 '혁명에 준하는 총선 준비', '자기희생적 과감한 인재 영입', '현역 전원 불출마 배제 안 해'등 민감한 단어들을 구사하며 나름의 비장함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남경필·원희룡 의원과 정두언 의원 등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진정한 쇄신안은)대표직을 물러나는 것이 지금 홍 대표가 할 일"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남 의원은 "홍 대표가 물러나야 창조적인 새 질서가 탄생하고 그 토대위에서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새 길이 열릴 것"이라며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본인 주도로 공천권을 행사하려는 기존 인식을 버리지 못했다. 내용면에서도 새로울 것이 없다"고 힐난했다.
원 의원은 "홍대표의 욕심과 실질적 영향력 있는 분의 '착각'이 두 바퀴를 이뤄 한나라당을 늪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들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 의원은 "사람은 물러날 때 진면목이 드러나는 법"이라며 "어차피 물러날 사람인데 온갖 추한 모습을 다 보이며 한나라당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우리 홍 대표"라고 꼬집었다.
한편 수도권 친이계 의원들이 주축이 된 '재창당모임'소속 의원 8명은 이날 오전 회동을 갖고 "외부 인사를 영입해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 재창당을 한 뒤 개혁공천을 실시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재창당 추진과 민생예산 처리는 병행 추진해야한다"며 "재창당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와 연찬회를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해야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