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통합연대가 통합진보당으로 힘을 합친지 한 달이 지났다. 이들은 지난달 5일 통합을 선언하면서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을 천명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정당을 달리한데서 오는 문화의 차이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한 달이라는 시간은 짧은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음을 확인해주고 있다.
실제로 ‘통합진보당’이라는 당명과 상징색(보라) 선정 이후 지지자들의 반대의견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생기기도 했다.
이와 관련, 유시민 공동대표는 “당끼리 합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화학적 결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통합으로 인한 구조조정 문제
우선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이 합치면서 양 당에서 근무하던 중앙당 당직자들의 인선과 각 지역 시도당과 지역위원회의 결합 과정에서도 진통을 겪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대방당사와 국민참여당의 마포당사에서 실무를 담당하던 직원 중 일부는 직급이 중복되거나 개편되면서 당사를 떠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통합진보당은 여의도 근처로 새 당사를 물색하고 있으나 정치의 계절을 맞아 공급이 부족하면서 당사가 들어갈만한 공간을 확보한 적당한 건물을 구하지 못한 상황이다. 때문에 총선 전까지는 마포당사를 정리하고 대방당사를 사용할 예정이다.
여기에 민주노동당에서 운영하던 새세상연구소와 국민참여당의 참여정책연구원을 합쳐 진보정책연구원으로 탈바꿈하게 되면서 두 곳은 청산 절차를 밟게 돼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각 지역의 경우에도 재정형편 등으로 인해 두 당의 조직이 원래 사용하던 사무실에서 임시 공동운영위를 구성, 통합 이후의 활동에 임하고 있다.
◇ 선출직 지방의원의 사퇴와 총선출마 논란
통합진보당의 이름으로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준비하는 후보들 중에는 지방선거에서 선출직 의원으로 뽑힌 시도의원들도 포함돼 있어 논란이 됐다.
진보정치를 하겠다는 마당에 국민이 뽑아준 선출직 공직자가 총선을 위해 중도사퇴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시도의원직을 사퇴하고 총선에 출마하는 것이 세금 낭비를 유발하고, 지방자치제 도입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해왔던 것도 부담스럽다. 자기모순에 빠지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제2차 전국운영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이광철 운영위원은 “2년 전 당에서 공천권을 받은 사람이 또 다른 선거로 보궐선거를 유발하고, 그 비용을 지방비로 나오게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 지역구 후보 결정과 조정을 둘러싼 갈등
통합진보당은 지난달 31일 열린 제3차 전국운영위원회에서 19대 총선 지역후보 경선방식을 확정했다.
이날 운영위는 “▲ 후보 결정은 협의와 조정을 우선으로 한다는 통합의 정신 재확인 ▲ 후보조정위에서 조정이 되지 않았거나 후보 간 합의가 되지 않는 지역 중 당의 통합과 선거 승리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지역에 대해서는 공동대표단이 후보 조정 또는 경선 방식 조정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경선 후보들은 공동대표단의 조정 노력을 존중 ▲ 노력에도 불구 경선이 불가피 한 경우에는 진성당원제의 정신과 국민여론이 공정하게 반영되는 당원 투표 50% : 여론조사 50% 방식으로 선출”하는 방식의 수정안에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수정안은 유시민·심상정 대표가 2차 운영위에서 “대표단의 전략적 판단을 실현하기 위한 권한도 일정 부분은 필요하다”고 요청한 것이 반영된 결과다.
문제는 수정안이 확정되기 이전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면서 몇몇 지역에서 출신 당이 다른 후보 간에 잡음이 새어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3일까지 아홉 번의 예비후보자 자격심사위원회 심사 결과가 발표됐는데 하남과 의정부에서는 각 후보 간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하남과 의정부 모두 경선을 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하남에서는 경선을 실시할 경우 당원투표 50%에 자기 쪽 후보가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출신들이 입당을 독려하고 있다. 15일까지 입당할 경우 경선에서 후보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원배가운동이 과열되면서 입당과정에서의 절차상 하자 등의 문제제기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동시에 이같은 문제를 처리하는 데 있어서 중앙당이 정한 내부 경선 룰이 너무 모호하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의정부에서도 후보조정위원회의 결정으로 공천에 탈락한 후보가 갑구에서 을구로 지역구를 옮긴 홍희덕 의원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또 위원회에서 홍 의원이 지역구를 옮기는 것을 용인한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예비후보자 선정에서 탈락한 당원이 탈당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 통합진보당? 진보통합당? 민주통합당하고도 헷갈려
일반 당원들 사이에서는 당명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달 5일 당원 전수조사와 국민 여론조사를 50%씩 반영하여 ‘통합진보당’으로 결정됐지만, 당초 노회찬 대변인이 제안했던 ‘퐁당퐁당’이나 유시민 대표의 ‘민들레당’·‘정의당’에 비해 참신하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민주당이 시민통합당과 전격 합당하면서 당명을 ‘민주통합당’으로 정해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두 당의 이름을 구분하는 것도 어렵게 돼버린 게 사실이다.
이 때문인지 리얼미터 선호정당 여론조사에서 첫 주 10%를 돌파했며 좋은 출발을 보였던 통합진보당은 2주 뒤 6.1%, 새해 들어서는 3.4%로 지지율이 주저앉았다. 반면에 민주통합당은 30.6%를 기록, 한나라당을 0.1% 앞서 대조를 이뤘다.
◇ 우위영 대변인 "전체적으로는 큰 문제없다"
이에 대해 우위영 대변인은 “중앙당 당직자 인선의 경우 이번 주 완료될 것”이라며 “두 곳의 당사가 합쳐지는 만큼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주노동당이 규모가 커서 많은 해고자가 발생했고, 국민참여당도 일정 부분 아픔을 겪은 것으로 안다”며 “마포당사 정리가 되는대로 대방당사를 중앙당으로 해 총선 준비에 전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출직 지방의원의 사퇴와 관련해선 3차 운영위에서 입장을 정리했다”며 “당의 전략적 판단을 통한 전국운영위원회의 승인 없이 다른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 통합진보당의 선출직 공직자가 사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전했다.
이는 대표단에서 중요한 지역에 대해서는 전략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겠다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논란이 되고 있는 시도의원 사퇴의 경우 이같은 입장이 채택되기 전에 벌어진 일이어서 적절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우 대변인은 “엄밀하게는 사퇴한 후보의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이 가능하나, 통합이 되기 전부터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었기에 강제적으로 철회하라고 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며 “대표단의 정치적 판단을 최대한 존중하기로 입장을 정했으니 앞으로는 논란이 야기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구 후보 간의 갈등에 대해서는 “세 주체 간 각자의 후보가 있어 경선이 불가피한 지역이 있다”며 “현재 입당사업이 과열돼 문제가 되는 것이다. 만일 경선결과에 불복할 경우 이의를 정식으로 제기할 수 있으며, 그 경우 공정한 진상조사를 통한 공명정대한 판결을 하는 것이 중앙당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우 대변인은 “후보 조정을 두고 진통이 심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많은 지역에서는 아름다운 양보가 이루어졌다. 의정부와 하남만 놓고 통합진보당이 흔들린다고 하면 그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후보 선출을 둘러싼 경선 방식이 확정됐으니 이제 룰에 따르면 된다”며 “예상보다 후보조정이 훨씬 잘 된 편이다. 민주통합당을 봐라. 한 지역에 7명, 8명이 몰려있다. 분명히 잡음이 일 것이다. 그것과 비교하면 지금 논란은 잡음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당명에 대해서는 “절차에 따라 당원과 국민들이 선택하신 이름이 통합진보당”이라며 “논란이 됐던 통합민주노동당은 첫 회의 때 저를 포함한 민노당 분들이 제안을 했지만 다음 회의에서는 상대측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여겨 시정했다”고 과정을 짚었다.
아울러 “통합민주노동당으로 결정이 났으면 후회했을 것”이라며 “변화를 바라는 요구가 있고 거기에 실리적으로 접근해야 하지 않겠나. 통합민주노동당이었으면 도로 민노당이 돼 7%도 넘기기 힘들었을 것이다. 반면 통합진보당은 15%, 20%까지 갈 가능성을 담보하는 명칭”이라고 고백했다.
끝으로 “당 상징색의 경우도, 노란색과 오렌지색으로 먼저 시연을 했었는데 홍보실에서 보라색이 어떻냐고 제안했고 대표단이 찬성해 결정된 것”이라며 “당명과 당 상징색을 장원섭 사무총장이 결정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 장 사무총장은 실무를 맡은 입장에서 홍보실의 제안을 전달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