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나래기자] 국내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먹거리 사냥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한해 해외수주실적이 591억 달러에 달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해외건설 수주 목표액을 700억불로 잡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자금력, 인력, 기술력, 외교력 등 전방위적 지원을 총동원할 방침이다.
하지만 국내 건설사 간 과다한 수주경쟁으로 발생하고 있는 '제살깍기식' 덤핑 수주와 시장과 수주분야가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는 점은 넘어야할 산이다.
◇정부, 해외건설 진흥계획 수립 등 지원 '팍팍'
국토해양부는 올 해외건설 700억달러 달성을 위해 해외건설 진흥 방안을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에 나섰다.
국토부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달리 유가폭락 가능성이 크지 않고, 중장기 계획을 토대로 발주되는 인프라 건설물량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중동지역의 민주화 사태 마무리로 이미 예정된 발주물량 외에 전후 복구사업 등 각종 추가 발주가 예상된다.
리비아의 경우 내전 종식으로 올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재건사업(전체 1200억불 규모) 발주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또 사우디는 국영석유회사(아람코)가 1250억불에 달하는 석유가스분야 5개년(’10~’14) 투자계획을 진행 중에 있다. 인도의 12차 경제개발계획(’12년~’17년 1조불 투자)을 비롯해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다수의 프로젝트 발주가 예상된다.
국토부는 최근의 해외건설 수주 확대 모멘텀을 살려 대규모 신규발주가 예상되는 중동, 아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 2010년에 조성한 글로벌인프라펀드에 1500억원을 추가 투자하고 수자원공사, IFC 등과 함께 1조5000억원 규모의 CWF(China Water Fund)를 조성해 급속하게 성장하는 중국 물산업 진출을 지원키로 했다.
MIGA, IFC 등 다자개발은행과 공동으로 한국기업의 해외투자사업 발굴을 위한 공동 마케팅도 추진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해외건설 전문인력 양성 규모를 지난해(1420명)의 2배로 확대하고,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과 청년층 일자리 창출을 위해 청년인력 해외 현장훈련 지원제를(OJT) 신설한다.
기술력 확보 지원도 확대된다. 지속적인 R&D 투자(2012년 367억원)로 해외건설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이미 투자한 R&D 사업(해수담수화플랜트) 성과의 상용화를 추진한다.
외교력을 동원, 해외건설 거점지역 내 해외건설협회 지부를 3개 추가 설치(인니, 페루, 리비아)해 프로젝트 정보 제공 및 현지 네트워크를 구축할 방침이다.
◇저가수주·지역편중, 여전히 존재..해외지원책 실효성은 '글쎄'
이 같은 정부 지원과 건설사들이 활발한 수주활동으로 올해 해외수주 전망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국내 먹거리가 갈수록 줄어들면서 국내사들의 해외수주 경쟁이 더욱 과열양상을 보이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나친 경쟁으로 이른바 '제살깍기식' 덤핑 수주가 넘치고있다.
해외건설시장에서의 저가수주는 당장 회사의 실적으로 비춰지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해외사업 수익성을 갈수록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국가 이미지마저 훼손시킬 수 있다.
특히 일부 해외발주처에서는 국내 건설사간의 과열경쟁 관계를 악이용해 사업비를 깎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국내업체의 과다경쟁을 막기 위해 '해외건설 조기경보시스템' 이라는 리스크관리 연구용역을 실시할 계획이었지만 아직 뚜렷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또 해건협이 주도하는 사전협의체는 국내 건설사간 출혈경쟁을 사전에 막기위한 분위기 조성 역할만 하고 있다.
업계 역시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만한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정부가 저가 투찰을 막기 위해 조기경보시스템 등을 운영한다고 해도 기업의 이윤 창출활동을 적극적으로 감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해건협 관계자는 "환율 급등락, 국가별 정세 등 각 국가별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파악해 건설업계에 알려 사전에 대비토록 하는 국가별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확대, 보강하고 있다"며 "간섭보다는 직·간접적인 건설사 지원으로 과열경쟁을 예방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주 지역과 수주분야의 한계도 문제다.
해외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지만 국내 건설사들의 주요 시장은 중동지역에 국한된데다 분야 또한 플랜트에 한정돼 있다.
해외건설협회가 분석한 '2011 해외건설 수주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391개사가 94개국에서 623건, 591억달러를 수주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중동이 295억달러, 아시아가 194억달러, 중남미가 66억달러 순이다.
이는 중동지역 실적이 전체 수주량의 70~80%에 달하던 예전보다 줄어든 수치지만 여전히 수주액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저가수주와 지역편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외건설 사업 '실적쌓기' 보다는 실질적인 수익성을 따져보려는 건설업계 자체 노력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며 "정부 또한 해외건설에 내재하는 리스크를 특정해 관리체제를 운영하는 등 리스크 관리체제를 구축·보강하고 신시장 개척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