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19대 총선을 앞두고 현역 국회의원이 없는 지역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불출마선언, 지역구 변경, 의원직 상실 등 사정은 제각기 다르지만 무주공산이 된 이들 지역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들의 속내는 똑같아 보인다.
◇ 공석이 된 지역구는 어디?
먼저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은 박근혜 비대위 체제로 돌입한 한나라당에 가장 많다. 장제원(부산 사상), 현기환(부산 사하 갑), 박진(서울 종로), 이상득(포항 남구·울릉군), 김형오(부산 영도), 홍정욱(서울 노원 병), 원희룡(서울 양천 갑), 박희태(경남 양산) 의원 등은 오는 4월 11일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기에 민주통합당의 장세환(전북 전주·완산 을) 의원과 자유선진당의 이회창(충남 홍성·예산) 의원도 불출마 대열에 합류했다.
민주통합당에는 지역구를 옮겨 총선을 준비하는 의원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정세균 의원은 내리 4선을 한 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 지역구를 버리고 상징적 의미가 강한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전남 담양·곡성·구례의 김효석 의원은 서울로, 경기 군포의 김부겸 의원은 지역주의를 돌파하겠다며 대구에 출마키로 했다.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의원직을 상실한 이들도 있다. 공성진(서울 강남 을)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해 6월 9일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김충환(서울 강동 갑) 한나라당 의원은 배우자의 선거법 위반으로 인해 피선거권이 제한된 경우다. 김 의원은 부인이 지난 2009년 1월 유권자 등에게 설 선물을 돌린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사면 복권됐지만 출마해 당선되더라도 즉시 당선무효가 된다는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이 내려졌다.
정봉주 전 의원은 현역은 아니지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나는 꼼수다’로 인해 노원구에서 당선이 유력해 보였으나 BBK 사건에 관한 허위사실 유포죄로 수감돼 출마가 불가능한 상태이다.
현행 선거법은 국회의원 당선자가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을 선고받으면 당선무효가 된다. 당선자의 직계 존·비속이나 배우자, 또는 선거사무장이나 회계책임자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아도 당선이 무효가 된다. 형사사건의 경우 국회의원이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 포함)을 받으면 의원직이 상실된다.
◇ ‘너도 나도 우르르’, 무주공산 점령 위한 경쟁 치열
이처럼 현역 의원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총선에 나서지 못하게 되자 해당 지역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는 불이 붙었다. 박진 의원의 불출마로 공석이 된 서울 종로의 경우 무려 13명의 예비후보가 등록을 마쳤다. 출마가 불가능해 울상을 짓고 있는 김충환 의원의 지역구에는 6명의 예비후보가 몰렸다.
지방에서의 경쟁도 뜨겁다. 부산 사하 갑에서는 6명의 예비후보가 등록을 했다. 한나라당 후보가 한 명에 불과하고 야당 후보가 셋(무소속 2)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영도에서도 7명이 출마를 선언, 김형오 의원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 친인척 비리에 언급되고 있는 이상득 의원의 지역구는 그야말로 인기 폭발이다. 7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는데 5명이 한나라당 후보라 어떻게든 교통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한편 여러 후보가 몰리는 것은 민주통합당도 마찬가지이다. 전북 전주완산 을에는 6명의 예비후보가 공식 활동을 시작했는데 4명이 민주통합당의 후보가 되길 희망하고 있다. 무주공산이 된 진안·무주·장수·임실에서는 무려 7명의 민주통합당 후보가 몰려 집안 다툼이 생길 지경이다.
전남 담양·곡성·구례에도 5명의 민주통합당 희망자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가 강한 전라도에 마침 지역구 현역 의원이 여러 이유들로 자리를 비우게 되자 이처럼 민주통합당 예비후보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충청도 지역을 기반으로 한 자유선진당은 이회창 전 총재의 불출마로 충남 홍성·예산에 두 명의 예비후보를 등록했지만 한나라당과 통합진보당이 한 명, 민주통합당이 두 명이 지원해 경쟁을 예고했다.
9일 현재까지 전국에서 4.8대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음을 감안하면, 평균적으로 공석이 된 지역구에 쏠리는 정치지망생들의 사랑이 지극함을 엿볼 수 있다. 이들이 예비후보 기간 전개될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하나 뿐인 국회의원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