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으로 간 친노, "아프고 힘들다"

천호선·이백만·김영대, 민주통합당에 가지 않은 까닭은?

입력 : 2012-01-11 오후 5:45:32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민주통합당의 당 대표 및 최고위원을 뽑는 지도부 경선이 화제다. 국민참여경선 방식으로 치러지는 15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체 선거인단이 80만명에 육박할 정도다.
 
이러한 열기 속에 소위 친노들의 민주통합당 입당 행렬이 눈에 띈다. 한명숙 전 총리와 문성근 혁신과통합 상임대표는 지도부 입성을 노리고 있으며,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4.11 총선 부산 출마를 선언했다.
 
이 밖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을 지낸 김경수 봉하재단 전 사무국장이 김해을 출마를 결심하는 등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 상당수가 민주통합당으로 집결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친노라 불리면서도 민주통합당에 합류하지 않고 통합진보당에서 총선을 준비하는 이들이 있다.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 이백만 전 홍보수석, 김영대 전 17대 의원이 그들이다.
 
천 대변인과 이 전 수석이 참여정부 출신이고, 김 전 의원은 대통령직 인수위원을 거쳐 초대 노동부 장관에 내정됐을 정도로 노 대통령과 가까웠음을 감안해 볼 때 민주통합당이 아니라 통합진보당을 선택한 것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떤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뉴스토마토에서 새롭게 선보이게 될 '권순욱의 정치토크'는 그 첫 회로 통합진보당으로 간 친노인사들의 속사정을 들어봤다. 이날 대담은 뉴스토마토 권순욱 정치경제부장의 사회로 세 사람이 함께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 "노무현, 계승이 아니라 극복하기 위해 통합진보당 선택했다"
 
서울 도봉 갑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이백만 전 홍보수석은 “민주통합당으로 간 친노들과 통합진보당으로 온 세 사람의 선택에 어떤 차이가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진보적인 정책이나 이념을 더 강하게 가지고 있다”고 진보정당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기도 파주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김영대 전 의원은 “저는 민주노동당 출신인데 노동운동을 하다 보니까 정치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2002년부터 노 대통령을 돕기 시작해서 이후 제도권 정치에 들어와 보니까 민주당에서는 버티기가 힘들더라”고 털어놨다.
 
김 전 의원은 “과거 개혁당과 국민참여당에는 새로운 정치를 원하는 자발적 참여자들이 많다. 하지만 민주당에는 자발적 참여자가 없다”며 “정치인들이 지구당에서 영향력을 절대적으로 행사한다. 몇몇 유력 인사들만 모여서 하는 정치는 정치가 아니지 않느냐는 점에서 우리는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고 정당문화의 차이점을 부각했다.
 
서울 은평 을에서 당내 예비후보를 조율 중인 천호선 전 대변인은 “두 가지로 통합진보당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 드리겠다”며 “첫째, 과감하게 얘기하면 민주통합당에 가신 분들은 노 대통령을 계승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노 대통령을 극복하려고 한다. 당시의 한계는 시민이 참여하는 정치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둘째, 보다 더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려는 것”이라며 “한미FTA의 경우, 노무현재단에서 준비한 반대 피켓에는 ‘이명박의 것은 틀렸고 노무현의 것은 옳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참여정부 당시, 공무원들의 보고만 듣고 ISD 등을 잘못 판단했었다고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가 했던 것도 틀렸다고 인정한다는 점에서 큰 노선의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 "아프고 힘들다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
 
한편 '친노'에 대해서 이백만 전 수석이 재밌는 견해를 내놨다. 그는 “친노는 재야친노(在野親盧)와 재조친노(在朝親盧)로 나뉜다”며 “제도권에서 활동했던 이들이 재조친노로 소위 한 자리씩 하신 분들이다. 이들 대부분이 민주통합당에 가셨다. 재야친노는 제도권 밖에서 노무현을 좋아했던 시민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통합진보당에는 한 자리를 하지는 않았지만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고 따르려는 깨어있는 시민들이 대거 합류했다”며 “민주통합당의 재조친노들과 통합진보당으로 온 우리의 차이는 그것이다. 오히려 재조는 우리 당에서 소수다. 평범한 시민들이 훨씬 많다”고 비교했다.
 
다른 친노들에 비해 굉장히 소수라서 외롭지 않냐는 질문에 천호선 전 대변인은 “외롭다는 것은 고급스러운 표현”이라며 “매우 아프고 힘들다. 거리감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말하기 불편한 사안들은 일부러 꺼내지 않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이백만 전 수석은 “어떤 출판기념회 자리에서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하고 이야기를 했는데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며 “노 대통령을 모시고 청와대 일을 했던 사람들 중 이번에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로 등록될 분이 50명이 넘는다더라. 후보로 나서진 않아도 참모로 일하는 사람까지 하면 훨씬 많다”고 전했다.
 
이 전 수석은 “유이하게 저와 천 대변인만 진보당으로 왔다. 외롭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외로움을 느낀다”면서도 “하지만 제가 정권을 바꿔서 노무현 정신을 구현하려면 진보세력도 필요하다고 그 분들께 말했다. 그런 차원에서 통합진보당을 많이 도와달라고 부탁드렸다”고 고백했다.
 
김 전 의원은 “노 대통령이 당선될 때 영향력을 행사했던 주요 그룹이 있다”며 “노 대통령과는 대우조선을 비롯한 노동현장에서 많이 만났고 인연이 있었음에도, 참여정부 때 노동현장의 목소리를 전하려 했지만 접근할 길이 없더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노동문제에 있어서 절충하고 완충하는 단계가 필요한데 밖에 있던 분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그런 한과 정신들이 모인 것”이라고 차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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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