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손지연기자]
한국낙농육우협회의 육우·송아지 값 폭락 대책 시위가 우려했던 소떼의 출연 없이 마무리됐다.
지난 13일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방역기간에 소를 끌고 올라오는 것은 절대 용납안한다"며 "해당 지자체에 패널티를 주고 구제역이 발생하면 농가에 구상권을 행사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구제역'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축산단체와 농민의 시위에 대한 사실상 선전포고였다.
이번 집회에 소떼까지 동원됐다면, 정부-농민 간 갈등이 정점에 달할 뻔했다.
일단은 서 장관의 으름장이 먹힌 모양새다.
한국낙농육우협회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생축 대신 '소 인형'과 함께 육우·송아지 값 폭락의 심각성과 정부의 무대책을 성토했다.
이날 시위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과연 서 장관이 농식품부 장관으로서 성난 농심을 달래고 근본적 대책을 고심했을지 의문이다.
키우던 소를 끌고 오려 했던 계획에 대해 안성의 한 축산농민은 "정부가 지자체에 패널티를 주고, 해당농가에 정책 지원자금을 끊겠다고 협박했다"며 "하루 전날도 전화를 받았다"고 성토했다.
낙농육우협회에 따르면, FTA, 한우 사육두수 증가, 쇠고기 수입확대 등으로 육우가격이 전년대비 30% 폭락했고, 육우 송아지 가격은 94% 폭락하면서 송아지 거래자체가 실종됐다.
협회는 "정부의 적정 한우 사육두수 유지 실패와 쇠고기 수입확대, 사료값 폭등에 따라, 젖소 사육두수 감소로 육우 또한 줄었으나 오히려 낙농육우농가들이 억울하게 직격탄을 맞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성에서 축산농가를 운영하는 강병권씨는 "미국산 쇠고기가 개방된 이후, 이전부터 증가하던 생산비 부담에 개방으로 인한 소값 하락으로 어려워졌다"며 "축산농민 100명 중 1명도 이윤이 나지 않는다면 과연 축산농민의 잘못이냐"고 반문했다.
강씨에 의하면, 생산비 중 사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소값이 괜찮았을 때에는 60%였으나, 요즘같이 어려울 때에는 75~80%에 달한다.
최현주 낙농육우협회 육우분과위원장은 "육우의 생산원가가 430만원인데 700kg 육우를 판매하면 270만원이라 150만원 이상의 적자가 난다"며 "육우가격이 보장되면 송아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장의 소리는 처절했지만 같은 날 서 장관은 한 방송에 출연해 "소값을 안정시키겠다"며 지난 주 브리핑에서 했던 이야기를 되풀이했다.
아울러 이날 농식품부는 기자들에게 '소값 동향 및 대응방안' 자료를 배포했다.
한우의 경우, 설 대비 한우고기 선물세트 할인판매와 군급식 확대를 통한 수요를 확대하고, 사육두수 감축 및 생산비 절감을 추진한다.
이날 집회의 쟁점이 된 육우대책에 대해서는 6개월령 육우 송아지 1000두를 시범적으로 구매해 송아지 고기 시장을 개척하고 육우브랜드 활성화를 통한 소비확대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몇 차례 브리핑을 통해 이미 밝힌 대책들의 정리판에 불과했다.
결국, 정부의 대책이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승호 한국낙농협회 회장은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소 상경 집회의 강행의지를 시사했다.
그는 "육우·송아지 농가들이 지금 자제하고 있다"며 "이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고 폭발할 경우, 정부 청사에 송아지나 육우가 뛰어노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관의 으름장으로 다행히 큰 잡음 없이 한 고비를 넘겼지만, 다음은 정부가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채찍으로 혹은 당근으로 농가와 관련단체의 정책협조를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지, 또 산지 소값과 최종소비자 가격의 차이로 불만에 가득 찬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두고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