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웃었던 곽노현 재판 이모저모

입력 : 2012-01-19 오후 12:23:44
[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지난해 9월 26일 첫 공판이 열린 이후 숨가쁘게 달려온 곽노현 전 교육감에 대한 1심 재판이 마무리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는 서울시교육감 후보자 매수 혐의로 기소된 곽노현 교육감(57)에게 벌금 3천만원을 선고했다. 이로써 곽 교육감은 업무에 복귀하게 되었다.
 
사람들의 관심만큼 숱한 화제를 뿌린 곽노현 재판. 5개월간의 재판과정을 뒤돌아봤다.
 
◇법정에서 시 읊은 박명기 교수
 
검찰에게 기소를 당한 피고인이 엄숙한 법정에서 5분여동안 시를 읊을 수 있을까?
 
박 교수는 곽 교육감과 묵혔던 감정을 푸는 과정에서 박 교수에게 돈을 전달한 강경선 교수 등과 만난 자리에서 시를 읊은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박 교수는 이어 재판부에 "당시 읊었던 시를 다시 읊어봐도 되겠느냐"고 문의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재판부가 시 낭송을 허락하자 박 교수는 5분여동안 긴 시를 막힘없이 읊어나갔다.
 
방청객들은 박 교수의 시 낭송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었고, 일부 방청객들은 박 교수의 시 낭송이 끝나자 박수를 치기도 했다.
 
◇다양했던 재판부 표정
 
곽 교육감 재판을 맡은 재판부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
 
증인들의 엇갈리는 진술 때문에 사실 확인에 어려움을 겪은 재판부는 재판 과정에서 재판 당사자들만큼이나 다양한 표정을 내보였다.
 
온화한 성품과 깔끔한 재판운영으로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선정한 우수 법관에 매년 선정되고 있는 김형두 부장판사는 곽 교육감 사건에 나온 증인들에게 "자기 생각, 주관을 사실인양 말한다"며 "이러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거듭 충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고 자신의 추측을 사실처럼 말하는 증인들에게 김 부장판사는 "그러지 말라고 했잖아요"라며 불호령을 내리기도 했다.
 
결국 김 부장판사는 "사건에 관계된 모든 증인들을 불러 대질시키겠다"며 법정에 사건에 관계된 이들을 불러 대질신문을 실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3자대면..말, 말, 말
 
지난달 9일 열린 3자 대질신문.
 
이날 법정에서는 단일화 협상을 진행한 양모씨(박명기 교수 대리인)와 곽 교육감 측 회계책임자 이모씨, 합의를 보증한 최갑수 교수에 대한 대질신문이 이뤄졌다.
 
이씨는 증인석에 나란히 앉아 있던 양씨에게 "협상 결과가 어찌됐던 간에, 단일화 협상을 위해 가장 많은 노력을 한 사람이 양씨라고 생각한다"면서 "만약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아서 진보진영이 아닌 다른 소속의 교육감이 당선됐다면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시행되지 않았을테고,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없었을테고, 또 '안철수 바람'도 불기 어려웠을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양씨가 줄곧 "지난해 8월 말까지 7억원을 주기로 합의했다"고 진술하자 이씨는 "합의내용은 내년 중에 합법적인 방법으로 이행됐을 것이다. 문제는 양씨가 약속한 대출이 안돼서 박 교수 측에서 돈이 급해진 탓이다. 합의내용을 위반한 것은 박 교수 측이었다. 더 기다렸어야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울고 웃었던 방청객들
 
지난달 15일 강 교수는 "당시 박 교수가 정말 자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내게 돈을 주지 말았어야 했다고 아는 법조인들이 충고했는데 이는 사람을 살려놨더니 왜 살려놨냐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진술했다.
 
강 교수는 이어 "사건이 터지자 많은 변호사 친구들이 왜 자신과 상의하지 않았냐고 질책했다"며 "하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분명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일"이라며 울먹여 한동안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재판과정에서 "강 교수를 존경한다"고 말한 바 있는 박 교수는 강 교수의 울먹이는 모습을 보고 함께 눈물을 훔쳤다.
 
두 사람이 눈물을 쉬이 그치지 못하고 한동안을 훌쩍이자 몇몇 방청객들은 함께 눈시울을 붉혀 법정은 한동안 숙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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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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