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오바마 미 대통령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란 제재를 밀어부친 미 의회 내부에서도 이란 제재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의견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토마토가 29일 단독 입수한 주미 한국대사관 공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우리 정부는 짐 웹( Jim Webb) 미 의회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과의 면담을 통해 국방수권법안과 관련 우리 정부의 우려사항을 전달했다.
당시 짐 웹 위원장은 "전반적으로 금번 제재 조치가 효과면에서 미미하거나 효과적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자신은 제재안을 옹호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조치의 효과에 대해 미국 내부에서도 이견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으로서, 적어도 미 행정부도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짐 웹美 의회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과 면담 내용이 기록된 주미한국대사관 공문
이처럼 미 의회에서 조차 이란 제재의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전망하는데도 미국 정부가 우리정부를 비롯해 국제사회에 압력과 호소를 하는 이유는 경제적 이해 득실과 미국 내부의 정치일정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방태섭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과 이란은 수교관계가 없어서 미국은 경제적으로 직접 피해가 우려되진 않는다"고 밝혔다.
석유 수급조절 능력을 높이려는 미국과 막대한 이윤을 차지하려는 메이저 석유사 등의 이해가 이란제재의 본질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의 압력에 우리 정부는 '기업의 자율결정'을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주미 한국대사관 공문과 함께 뉴스토마토가 27일 입수한 외교통상부 공문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정부는 이란 핵개발과 관련된 단체 99개와 개인 6명에 대한 금융제재 추가대상자로 지정하는 내용의 '대이란 제재추가조치'를 발표하기 직전 관계부처 회의를 갖고, 우리 기업에게 미국 측 제재 내용을 설명하고 자율 결정에 맡기도록 하겠다고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 공문에 따르면 "석유화학제품중 부타디엔(2010년 기준 수입액 1.1억달러)의 경우 국제수급 여건이 녹록치 않고, 타이어의 주원료로서 수급차질시 연관 산업에 대한 영향도 심각하기 때문에 수입선 대체에 곤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석유자원개발과 석유화학 분야에서 기자재를 공급해온 중소기업들의 경우, "금번 미국의 추가제재상 제한 금액이 지나치게 낮아 만일 우리가 미국과 유사한 제재기준을 채택하는 경우 수출에 타격(철강재, 기계류 약8억달러)이 우려돼, 우리의 제재조치로서는 도입하지 않되 기업에게 미측 제재내용을 설명하고 자율결정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내기업에 미측 제재내용을 설명하고 자율결정토록 하겠다는 외교부 공문
결국 기업의 자율적인 결정을 유도한다는게 정부 대책이라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대책이 없다는 걸 의미한다.
그래서 우리 정부는 국방수권법 시행 시점이 7월1일이라는 점을 감안해 국방수권법상 예외나 유예를 인정받기 위한 감축률 협상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경제적 피해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동맹국의 결정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한국 정부의 곤란한 입장을 활용, 미국 내에서조차 그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이란제재 조치에 원칙대로 참여하지 않으면 제재를 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뉴스토마토가 이미 지난 13일 단독 보도(▶참조, 뉴스토마토 13일자
주미 한국대사관 문건, "韓, 이란産 원유수입 감축해야")를 통해 전한 바 있듯이, 우리 정부는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에 따른 우리 경제의 타격을 줄이기 위해 '유보(waiver)조항'을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은 한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감축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이어 로버트 아인혼 미국 국무부 대북·대이란 제재 조정관은 우리나라를 방문, 지난 17일 "우리를 돕는 모든 파트너에게 이란산 원유 구매와 이란 중앙은행과의 거래를 줄이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고, 김재신 외교통상부 차관보 면담을 갖고 "이란과 북한의 상황은 연결된 문제"라며 우리 정부의 이란 제제 동참을 공식적으로는 처음으로 촉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