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부동산 시장의 지속적인 하강국면과 급격한 고령화 추세로 국내 부동산 편중의 가계자산 구조가 변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9일 통계청,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고령화로 인한 주택연금 가입자 급증, 강남 재건축 단지 시가총액의 급격한 감소세 등 부동산 시장의 자금 이탈이 점차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기준 가계금융조사(자료: 통계청)에서 나타난 가계의 실물자산 비중은 78.7%였지만, 2011년에는 76.8%로 낮아졌다. 이 중 부동산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75.9%에서 73.6%로 하락했다.
또 지난 2006년 가계자산조사에서는 가계의 실물자산과 부동산의 비중이 각각 79.6%, 76.8%로 현재보다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부동산 자산의 감소세가 고령화, 부동산 시장 침체 등과 깊이 연관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주택금용공사에 따르면 주택연금 가입자가 지난해 2936명이 신규 가입해, 현재까지 누적가입 건수는 7286건에 달한다.
주택금융공사 영업부 관계자에 따르면 "주택연금 가입자들은 소위 '무직장수'로 보내는 노년에 대한 불안감을 덜기 위해 한 달에 100만원이라도 보장받을 수 있는 연금을 선호하는 추세"라는 전언이다.
또 다른 공사 관계자는 "은퇴 이후의 고령층일수록 부동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어서 부동산 가격 하락 위험에 취약하다"며 "별다른 소득이 없는 가운데 보유자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노후 대비가 불안해질 수 있기 때문에 주택을 담보로 한 노후수단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게다가 국내 부동산 투자 수요의 대부분이 집중돼 있는 서울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시가총액이 급감하고 있는 것도 부동산 자산 이탈의 중요한 시그널로 관측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울 재건축 아파트 총 11만 1687가구의 시가총액은 2010년 96조 860억원에서 1년간 4.8% 줄어든 91조 4736억원을 기록했다.
통상 실수요보다는 투자수요가 많은 재건축 아파트 시장에 대출규제와 글로벌 금융위기로 집값 하락 우려가 커지면서 부동산 투자가 급격한 감소세로 전환했고, 이에 처분을 원하는 매물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 수요가 많이 위축된 상황이라 실수요를 제외한 투자수요가 부동산 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추세"라며 "국민주택연금 등을 활용해 금융자산이 부족한 고령층이 실물자산을 보다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