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정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 가운데 게임 규제방안이 실제 학교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는 이른바 '일진'들은 게임이 아니라 성인들의 유흥문화에 빠져 있기 때문에 게임을 학교 폭력의 원인으로 규정한 정부 대책은 방향이 완전히 틀렸다는 지적이다.
지난 9일 저녁 서울 신천 유흥가에서 기자는 자신들을 일진이라고 밝힌 학생 10여명을 직접 만났다.
이 가운데 김진혁(가명, 중학생)군은 “우리들은 밖에서 친구들끼리 당구장, 클럽, 호프집에 가거나 오토바이를 타면서 논다”며 “게임은 찌질한 학생들이나 하는 놀이”라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오히려 게임을 많이 하는 학생들이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김 군은 “약한 애들은 우리한테 겁먹고 나오지를 못하니까 집에서 게임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반 학생들도 학교 폭력이 게임과 상관이 없다는 견해가 많았다.
학생들은 일진들이 게임을 많이 하느냐는 질문에 대부분 고개를 저었다.
박경수(가명.중학생)군은 “일진학생들은 자기들끼리 몰려 다니면서 노는 것 같다”고 밝혔고 최수민(가명.고등학생)군은 “주변에 게임이 재미 없다는 일진 학생들이 많다”며 “폭력적인 문화는 PC방 뿐 아니라 당구장, 노래방 등에서 끼리끼리 놀면서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대진(가명.고등학생)군은 “보통 보면 폭력적인 친구들보다 다른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학생들이 게임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또 학교 성적이 좋은 학생들과 부모님이 부자인 학생들이 게임을 더 많이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임숙희 충남대 중독행동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겨울 치료 기간 동안 20명의 학생들이 방문 했는데 그 중 일진 학생은 없었고, 그 이전에도 치료를 받으러 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일진 같은 경우는 다양한 성인들의 여흥 문화를 이용하기 때문에 게임 중독에 빠지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교과부가 내놓은 학교 폭력 대책은 학생들의 생각과 상관없이 게임 때문에 학교 폭력이 발생한다는 논리를 따르고 있다.
교과부가 학교 폭력 근절 대책을 세우는 과정에서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학교장들, 학교 폭력 피해 학생들을 직접 만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지만, 대책에는 학교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셈이다.
또 교과부가 최근 자료는 외면하고 약 10년전 통계 자료를 들이대며 한국 청소년이 다른 나라 청소년들에 비해 게임 이용 시간이 많다고 주장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장관의 소통 행사 등 교과부 행사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게임을 규제하기 위한 각본이었을 가능성도 높다.
교과부의 대책이 현실과 전혀 맞지 않아, 불신을 나타내는 학생들도 있었다.
주영민(가명. 중학생)군은 “선생들은 학생들에게 관심이 없고, 피해 학생들은 보복이 두려워서 어른들에게 이야기 하지 않는다”며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피해 학생들이 자기 이야기를 남에게 알릴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주 군은 “일단 반에 들어가면 강한 학생과 약한 학생으로 계급이 생긴다”며 “이런 학교 문화가 있는 이상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학교 폭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