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금융과세가 부동산 부양책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대영 한국은행 인재개발원 주임교수는 11일 "주식 등의 매매차익 과세는 꼭 필요한 정책이지만 잘못되면 주식시장을 죽이고 부동산 시장만 살리는 정책이 될 수 있다"며 "주식 등의 매매차익 과세는 부동산 임대소득에 대한 철저한 과세, 1주택자 양도소득세에 대한 최소한의 과세 등 부동산 세제가 정비된 이후 시행해야 기대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또 "정치권의 주식 양도차익 과세 주장이 자칫 부동산 거품을 확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는 지난해만 6차례 부동산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부동산 투기 억제 규제를 무력화했다. 정 교수의 지적은 이러한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주택경기를 살리지 못하자, 정부가 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통해 부동산 부양을 꾀한다는 것이다.
그는 "주식에 투자할 경우 과세대상이 된다면 금융자산보다 토지와 아파트, 상가 등 규제가 완화된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설명했다.
실제 새누리당은 주식 양도차익 과세기준을 지분율 2% 이상 또는 지분가치 70억원 이상으로 낮추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도 연 4000만원 초과에서 3000만원 초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역시 과세 기준을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정치권 행보에 정부는 일단 신중한 반응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도입에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2일에도 박 장관은 강원도 원주시 현장방문 자리에서 "예민한 시기이기 때문에 굉장히 조심스럽다"며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같은 정부 입장에 대해 정 교수는 "신중하겠다는 입장은 반대한다는 것이 아니다"며 "국회에서 결정하면 정부는 응하겠다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정부 관계자는 "주식 양도차익이 과세 대상이 되는 것은 투자자들이 꺼리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부동산 부양책이 될 정도는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부동산으로 일부 자금이 옮겨갈 수 있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지만 부양책은 상당한 규모가 옮겨가는 것을 가정한 것인데, 일정한 투자자금의 흐름이 주식에서 부동산으로 옮겨가는 정도를 부양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잘라말했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도 "어느 한쪽에 과세를 하면 풍선효과로 자본이 이동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금융과세와 부동산 과세는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 실장은 "정치권이 금융과세를 내세우는 것은 1% 대 99%의 대립구도에 금융이 부각된 까닭"이라며 "부동산 시장이 냉각된 상황에서 부동산 과세방안은 후순위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정 교수는 "최근 아파트 등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있지만 아직 거품이 빠졌다고 보기 어렵고 시장 여건이 바뀌면 다시 여유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며 "주식 등의 매매차익 과세는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 만큼 파괴력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