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법원종합청사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사법파동으로 까지 번질 기세였던 판사회의가 법관 정기인사와 맞물리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17일 오후 4시 서울서부지법과 서울남부지법을 시작으로, 4시30분에는 전국 최대 규모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에서 판사회의가 열리는 등 이날 하루에만 3개법원에서 판사회의가 열린다.
판사들은 이날 회의에서 법관근무평정과 연임심사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집중 논의한다.
또 21일 판사회의를 열기로 한 수원지법 외에 광주지법도 같은 날 오후 5시에 판사회의를 열고 법관연임심사와 근무평정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논의하기로 가세하면서 판사회의를 여는 법원은 총 5개로 늘었다. 지방법원으로는 광주법원이 처음으로 테이프를 끊었다.
그러나 하루 앞선 지난 16일 대법원이 지방법원 부장판사 이하 905명에 대한 전보 인사 등 법관 정기인사를 발표하면서 기세가 당초보다 다소 꺾이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해 법관인사 단행일자는 오는 27일이다. 이번 정기인사 발표는 이보다 11일 앞서 발표됐다. 이에 따라 판사회의 시작 하루 전에 인사를 전격 발표한 것이 공교롭게도 판사회의 릴레이의 예봉을 꺾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27일자 단행이기 때문에 그 전에 판사들이 이사 준비 등 새 근무지로 옮길 시간을 줘야 한다"며 "이번 인사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법관 인사는 통상 인사단행일 열흘 전 발표되고 있다. 지난해는 2월28일 인사단행에 열흘 앞선 2월18일 인사가 발표됐으며, 2010년과 2009년도 각각 열흘 앞서 발표됐다.
이번 인사를 통해 서울에서 경남지역으로 근무지를 옮기는 한 판사는 "가정형편에 따라 다르지만 이사나 자녀들 전학문제 등까지 맞물려 있어 시간이 빠듯하다"며 "다음 근무지가 결정된 상태에서 처음에 품었던 판사회의의 폭발력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집중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서울 지역의 또 다른 판사는 "이번 주까지야 그렇지만 다음 주부터는 사무실 이사와 업무 마무리 때문에 판사들이 매우 바쁠 것"이라며 "추가적인 판사회의 개최는 쉽게 장담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인천지법의 한 판사도 "새 업무지로 부임해서는 업무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인사 단행 이후 판사회의가 추가로 개최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수원지법의 한 판사는 "재경지역 4개법원 단독판사들이 판사회의를 여는 것 자체가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며 "특히 판사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서울중앙지법에서 판사회의를 열어 총의를 모은다는 것에 기대를 건다"고 말했다.
또 광주지법의 한 단독 판사도 "인사는 인사고 판사회의는 별개"라며 판사회의가 계속 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등 판사회의를 여는 5개 법원 단독판사들은 판사회의를 거쳐 도출된 합의 내용을 소속법원장을 통해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전달할 계획이며, 결의문 등을 채택할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