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분기계약제 '진퇴양난'.."자급률 높여 해결"

해외광산투자로 2년내 자급률 50% 이상으로 높인다

입력 : 2012-02-19 오후 5:23:39
[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포스코(005490)가 재작년 시행된 분기계약제로 '진퇴양난'에 빠졌다. 원자재값은 오르는데 수요산업의 경기 악화로 제품가격에 이를 반영하기 어려운 처지다.
 
19일 포스코에 따르면 올해 1분기가 최악의 상황이 될 것으로 보고 원자재값 문제 해결을 위해 원료 자급률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분기계약제는 자원기업들과 철강기업이 분기마다 원재료 가격을 책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전에는 일년에 한번씩 가격을 책정하는 연간계약제였다. 2010년 2분기 호주 기업 리오틴토가 분기계약제로 바꾸자, BHP빌리턴과 발레(Vale)가 그 뒤를 따랐다. 글로벌 자원기업들의 셀링 파워가 커지면서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사들은 이들에게 끌려갈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되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분기계약제 시행 결과 원자재값 상승폭이 커지면서 철강업계의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진단한다. 연간계약제였다면 원가 변동이 없었을텐데 분기계약제로 인해 철강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011년 포스코 개별실적 기준 영업이익률은 2010년 14.7%에서, 2011년 10.7%로, 4%포인트 하락했다.
 
2012 포스코CEO포럼 자료에 따르면 포스코의 탄소강 제품 판매가격은 톤당 98만6000원으로 전년대비 10.5% 올랐다.
 
반면 철광석 구입가격은 2010년 톤당 약108달러에서 2011년 약160달러로 47.1% 큰 폭으로 상승했다. 원료탄 구입가격 역시 2010년 톤당 174달러에서 2011년 250달러로 43.7% 올랐다.
 
문제는 이런 원료값 상승분을 국내 수요업체에 바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조선사, 가전업체, 건설사 등 수요업체들이 글로벌 경기 악화로 어려움을 호소하기 때문에 가격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중국이 조강생산량을 늘려가는 철강재 공급과잉 상황에서 수급밸런스 구조 자체가 철강사에게는 불리한 상황이다.
 
장원익 포스코경영연구소 박사는 "원료탄, 철광석 가격이 오른만큼 자동차, 조선 업계 등 수요업체 제품에 반영하지 못해 철강업체로서는 마진폭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표적 글로벌광산업체인 브라질 발레는 최근 사상 최고의 실적을 달성했다. 발레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29.9% 증가해 603억8900만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285억9900만달러, 당기순이익은 228억8500만달러로 각각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또 호주 BHP빌리턴은 2010 회계연도(2010년 7월~2011년 6월)에 236억달러의 순익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85.9%나 급등한 수치다. 세계 3대 자원개발기업인 BHP빌리턴, 리오틴토, 발레는 전 세계 자원시장 점유율 7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철광석, 유연탄 등 철강재 원자재를 생산해 포스코를 비롯한 세계 철강업체들이 주요 고객이다.
 
강태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광산업체의 마진률이 거의 50%에 육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민수 삼성증권 연구원도 "자원개발 업체들이 수퍼 '갑'이 되어버린 형국으로 앞으로 철광석 가격전망이 더 힘들어져 실적의 변동폭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일년에 한번 협상하던 것을 자주하게 돼 원료값 상승 폭이 훨씬 커졌다"며 "철강사로서는 수요업계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데 자원기업쪽에서 계속 가격을 올리는 추세라 어려운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마진률이 50%가 넘는 기업은 자원기업밖에 없을 것"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현태 KB증권 연구원은 "철강사 구조조정으로 수요량이 줄어들지 않는 한 원료가격 상승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브라질 발레가 생산설비 증설계획을 밝힘에 따라 업계에서는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자원공급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원자재가격이 어느정도 안정될 것이란 전망이다. 발레와 함께 세계 3대 자원개발기업인 리오틴토와 BHP까지 설비증설해 생산량을 늘린다면 2014~2015년에는 철광석 수급 불균형이 해소될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이런 전망도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사실상 이 3개 업체가 세계 자원시장에서 과점체제를 형성한 상황에서, 이들이 담합해 생산설비 증설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원기업의 횡포에 대응해 포스코는 해외 광산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포스코의 원료자급률은 33.9%로, 1981년 Mt.Thorley 광산 투자를 시작으로 호주와 브라질 등지에서 철광석과 석탄을 자체 조달하고 있다. 최근 이사회에서 호주 로이힐 광산의 지분을 2년내에 15%까지 늘릴 계획을 확정지었다. 이를 통해 로이힐 광산에서 825만톤을 확보해 자급률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 역시 원료 확보의 중요성에 대해 절감하고 있다. 정회장은 지난 3일 CEO포럼에서 "철강원료 탐사개발에 노력하고 있다"며 "2015년께 수요공급 밸런스 전망을 다시 살펴본 후 75%를 목표로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포스코는 협상력 증대, 조업기술 바탕으로 한 저가원료 수입 등의 방법으로 원료가 상승에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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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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