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지진 1년)③엔화에 목맨 '주식회사 일본'..한고비 넘겼지만

7개월만에 80엔대 회복 불구 정치권 혼란·상장기업 감소 등 '부담'

입력 : 2012-03-11 오전 6:02:00
[뉴스토마토 한은정기자] 대지진 이후 엔화 고공행진으로 비상상황이 이어졌던 '주식회사 일본'이 최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달 엔화가치가 7개월만에 80엔대를 다시 회복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BOJ)이 발표한 예상 밖의 통화부양책에 엔화가 급속도로 반응한 결과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일본 경제에 엔고는 치명적이었다. 엔고가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실적에는 빨간불이 켜졌고, 엔고를 피해 생산시설을 해외로 옮기는 움직임은 가속화되면서 산업 공동화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수차례에 걸친 외환시장 개입에도 꿈쩍않던 엔고가 진정되자, 일본증시도 화답하면서 수출기업들의 주가를 중심으로 상승흐름을 탔다.
 
일본을 구하는 유일하고 최강의 경기대책으로 여겨지는 엔화하락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슈퍼엔고 진정..7개월만에 80엔대 회복
 
지난달 22일 엔-달러 환율이 지난해 8월 이후 7개월만에 80엔대로 올라섰다. 14일 BOJ가 통화정책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0~0.1%로 동결하고, 자산매입 규모를 기전의 55조엔에서 65조엔으로 10조엔 더 늘린 효과다.
 
엔화 가치는 지난해 3월16일 사상 최고치인 76.25엔을 기록한 후 사상 최고 행진을 이어갔다.
 
대지진 피해복구를 위해 엔화가 대규모로 일본내로 회수될 것이란 기대감과 고베 대지진 이후 4개월간 달러대비 엔화가치가 무려 20% 뛰었다는 학습효과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다 그리스 등 유럽재정위기가 악화되면서 안전자산인 엔화로 수요가 몰린점도 엔화강세를 부추겼다.
 
일본정부와 BOJ는 지난해 3월과 8월을 비롯해 같은 해 11월에도 1조엔 규모로 몰래 환시에 개입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엔고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올 2월 이후 엔고 기세가 한풀 꺾이면서 시장에서는 엔화가 추세적인 약세로 돌아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실정이다.
 
엔화 약세에 무게를 두는 전문가들은 그 동안 물가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던 일본은행이 올해 물가상승 목표를 올해 1%로 제시하며 경기부양 의지를 보인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호시나 마사유키 오카산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의 정책이 엔고시대를 마감하는 터닝포인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일본의 무역수지가 31년만에 첫 적자를 기록하면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최근 미국경제는 회복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투기세력이 엔화를 매도하고 달러는 매수하고 있다는 점도 엔화값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노다 정부가 추진하는 소비세 증세가 좌절될 경우, 일본국채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엔화의 매도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짐 오닐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회장은 "올해 엔화환율이 달러당 100엔대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외환전문가들은 40년간 이어져 온 엔고 장기추세가 올해는 대전환을 맞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엔화의 장기 사이클인 ‘16년 6개월’과 ‘13년 6개월’이 올해 모두 전환점을 맞았기 때문이다.
 
-엔-달러 환율추이 -
 (자료=중국금융연구소) 
 
엔화가 추세적인 약세로 들어섰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도 나오고 있다. 유로존의 재정 위기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은 엔화 약세 기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통화정책도 변수다. 연준이 당장 양적완화를 시행할 가능성은 낮게 점쳐지고 있지만, 예상보다 이른시기에 돈을 푼다면 엔화가 다시 강세를 보일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서다.
 
최운선 LIG투자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올해 엔화가치는 90엔 돌파 후 더 이상은 오르지 못할 것"이라며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고 국제적인 정책공조 관점에서 엔화의 인위적인 절하가능성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 올해 日증시 1만1000엔선 상승전망..엔저효과
 
시장에서는 엔약세가 계속되면 니케이225지수가 1만엔을 돌파한 후 ,하반기에는 1만1000엔선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유럽위기가 진정되고 장기금리가 급상승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다.
 
3월 대지진 이전 1만엔선을 웃돌던 니케이225지수는 대지진을 기점으로 급속하게 하락했고, 엔고가 진정되자 작년 8월 이후 반년 만에 9500엔대를 회복했다.
 
일본 증권사들은 3월에는 1만엔선 회복을 자신하고 있다. 최근 외국투자자들이 7주연속 일본주식을 순매수하는 등 유럽 등 다른 지역의 자산을 매각하는 대신 일본주식을 사들이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주식형펀드와 개인들이 내수관련주와 복구수혜주를 중심으로 순매수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호재로 제시했다.
 
도이치증권은 "유럽문제가 점차 해법을 찾아가고 엔화도 약세를 지속한다면 4~6월에 일본증시는 1만500엔선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소비세율 인상과 구조조정을 놓고 일본 정치권의 혼란이 계속되면 해외투자자들은 일본주식을 내다팔 것이란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일본증권거래소에서 상장기업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증시침체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졌지만, 반대로 제로금리 정책으로 낮은 금리로 간접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일본기업이 대만이나 홍콩 증권거래소에 예탁증권을 상장시켜 해외거래소부터 자금조달이 가능해져 상장기업들의 해외유출이 빨라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편, 증권시장 영업악화로 증권회사들이 계속 위기에 몰릴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가운데 일본 소형 증권회사들은 내년 3월말 폐업을 속속 선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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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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