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사퇴, 출마강행에서 결단까지

흔들리던 야권연대 대전환의 결단 내려

입력 : 2012-03-23 오후 6:34:54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23일 19대 총선 관악을 예비후보에서 사퇴했다.
 
여론조사 조작 파문과 직후 대두된 야권연대 좌초 위기 속에서 내린 이 대표의 결단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부끄럽고 죄송하다. 진보의 도덕성을 땅에 떨어뜨린 책임도 당연히 저의 것"이라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야권단일후보에 대한 갈등이 모두 털어지기를 바란다"며 "전국 각지의 야권단일후보를 지지해 주십시오. 야권단일후보를 당선시켜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심려를 끼쳤다. 깊이 사죄드린다. 어렵게 이루어진 야권연대가 승리하도록, 반드시 정권을 교체할 수 있도록 가장 낮고 힘든 자리에서 헌신하겠다"고 덧붙였다.
 
◇긴박했던 순간.. 출마강행에서 사퇴결단까지
 
22일은 이정희 공동대표에 대한 사퇴 압박이 극도로 들끓은 날이었다.
 
자신의 측근 이행자 서울시의원 역시 비슷한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났지만, 김희철 의원은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외치며 이 대표에 대한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협상의 파트너였던 민주당 역시 이날 경기 안산단원갑 경선에서 조성찬 통합진보당 후보에게 패한 백혜련 후보를 공천해 야권연대 결렬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졌다.
 
여기에 범야권 시민사회 원로들까지 나서 '책임있는 조치'를 언급, 사실상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한 것도 직격탄이 됐다.
 
아울러 이 대표와 통합진보당에 호의적이었던 트위터 중심의 SNS 여론 역시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고민을 가중시켰다.
 
유시민 공동대표가 황급히 트위터에 "이정희 대표를 벼랑 끝으로 몰고가는 사람들, 방식, 매체, 논조... 데자뷔입니다. 진보를 살리기 위해 당신이 죽어야 한다. 민주당이 정말 무섭네요"라는 글을 올려 진화에 나섰지만, 이 대표와 김 의원의 출마 강행 소식이 퍼지면서 진정 국면은 요원해 보였다.
 
이같은 상황에 결국 이날 오후 광주를 찾았던 이 대표는 서울로 상경해 공동대표단과 새벽까지 마라톤 회의에 돌입,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이 자리에서는 이 대표의 거취를 두고 다양한 얘기들이 오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통합진보당의 한 관계자는 "위기에 빠진 야권연대의 복원을 위해 이 대표의 사퇴가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 모든 것을 열어두고 많은 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 거론된 공동대표단의 사퇴 권유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하며 "누가 강요할 수 있겠나. 결정은 이 대표가 스스로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이 대표는 공동대표단 회의와는 별도로 부산에서 상경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도 대면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심야회동을 통해 뚜렷한 결론을 내리진 못하면서 23일 오전엔 이 대표와 김 의원의 각자 출마로 상황이 정리되는 분위기였다. 통합진보당에서도 이 대표가 예정된 광주 일정은 취소됐지만 오후 2시에 후보등록을 예정했다고 전해왔다.
 
그런데 관악을 선거사무소에서 장고를 거듭하던 이 대표가 사퇴 결단을 내린 후 이를 당 대표실로 알려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시계가 당초 후보등록을 할 것으로 알려졌던 오후 2시를 가리키기 전이었다.
 
통합진보당의 한 관계자는 "관악을 캠프에서 이 대표가 사퇴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해왔고, 예상치 못한 비보에 당직자들은 눈물을 흘렸다"며 "이어 기자들에게 이 대표의 사퇴 의사를 문자로 전송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기자들에게도 "이정희 공동대표, 관악을 국회의원 예비후보 사퇴", "이정희 대표 사퇴 기자회견 오후 3시 정론관"이라는 내용의 문자가 차례로 도착했다.
 
이윽고 관악을에서 출발한 이 대표는 국회를 방문해 기자회견을 갖고 사퇴를 결단하게 된 배경을 설명한 후 회견장을 떠났다.
 
이에 민주당은 즉각 박용진 대변인 브리핑에서 "야권연대 목표를 위한 희생과 양보"라고 이 대표를 추켜세웠다. 연이어 한명숙 대표도 기자회견을 열어 "이 대표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극찬했다.
 
안산단원갑에 공천된 백혜련 후보 또한 "대의를 위해 모든 의혹을 가슴에 담고 떠난다"고 불출마 의사를 밝혀 이 대표의 결단에 화답했다.
 
양당은 25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한명숙·이정희 대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태를 털고 야권연대의 결의를 다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사퇴한 관악을을 무공천하기로 결정해 사실상 탈당한 김 의원이 아니라 이 대표의 결단에 손을 들어줬다.
 
경선에서 패한 민주당 후보의 반발이 격화됐던 심상정(고양덕양갑) 공동대표와 노회찬(노원병)·천호선(은평을) 공동대변인의 지역구도 빠르게 안정을 되찾을 전망이다.
 
진보진영의 '아이콘' 이정희 대표가 내상에도 불구하고 내린 결단에 흔들리던 야권연대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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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