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눌러앉힌 민주당, "'후폭풍' 만만찮네"

이정희 사퇴하자 안산단원갑 공천 백혜련 사퇴시켜

입력 : 2012-03-23 오후 4:17:44
[뉴스토마토 권순욱기자] 민주당이 결국 안산 단원갑의 백혜련 후보를 지렛대 삼아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의 서울 관악을 출마를 주저앉히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떠안아야 할 짐은 오히려 더 많아졌다는 평가다.
 
이 공동대표는 23일 오후 3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관악을 후보에서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한 시간이 조금 지난 시점에서는 민주당 백혜련 후보의 불출마 선언이 나왔다.
 
이에 따라 김희철 후보와의 경선 과정에서 문자메시지로 여론조사를 조작한 사실이 폭로된 이후 논란이 되었던 이 대표의 거취는 불출마로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이 대표의 불출마로 인해 민주당은 많은 짐을 안게 됐다.
 
우선 이번 논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 순으로 벌어진 일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3월19일 오전8시 - 관악을 경선, 이정희 야권단일화 후보로 발표
▲3월19일 오후1시 - 김희철, "한명숙·이정희 음모, 경선결과 승복할 수 없다" 입장 밝혀
▲3월19일 오후2시 - 안산 단원갑 경선, 통합진보당 조성찬 승리 발표
▲3월20일 오전10시 - 김희철, 관악을 무소속 출마 선언
▲3월20일 오후3시 - 이정희 후보측, 여론조사 조작 문자메시지 드러남
▲3월20일 오후5시 - 이정희 후보, 사과문 발표 및 재경선 제안..김희철, 재경선 거부
▲3월20일 저녁8시 - 민주당 "경선조작 논란, 책임져야" 입장 발표
▲3월21일 오전10시 - 김희철, 이정희 후보 사퇴 요구..고양덕양갑·서울노원병·서울은평을 민주당 후보들, 심상정·노회찬·천호선 사퇴 요구
▲3월21일 오후5시 - 민주당, 이정희 결단 촉구..김희철, 민주당에 탈당계 제출
▲3월22일 오전11시 - 민주당, 안산 단원갑 경선 패배한 백혜련 후보 공천
▲3월23일 오후3시 - 이정희, 관악을 후보 사퇴 발표
▲3월23일 오후4시 - 민주당 백혜련 후보 불출마 선언
 
시간 흐름으로 배치해놓고 보면 민주당 김희철 후보는 이미 경선 결과에 대해 불복을 선언한 상태였다.
 
여론조사 조작 논란을 일으킨 문자메시지는 김 후보가 경선 불복 및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이후에 드러난 사실이다. 따라서 민주당은 김 후보의 경선 불복을 별개의 문제로 처리해야 할 숙제로 떠안았다.
 
더구나 김 후보의 경선 불복 및 무소속 출마 선언 이후에 문자메세지 논란이 터져나오자 통합진보당의 심상정 공동대표와 노회찬, 천호선 대변인의 지역구의 경선에서 패배한 민주당 후보들이 일제히 경선 불복을 선언하고 통합진보당 후보들의 사퇴를 요구한 것도 숙제로 남았다.
 
이 당시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사실상 방관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문자메시지 논란이 발생하자 이미 통합진보당의 조성찬 후보에게 패배한 것으로 경선 결과가 발표된 안산 단원 갑의 백혜련 후보를 공천한 것은 민주당이 이정희 후보측의 문자메시지 문제를 지렛대로 삼아 관악을이나 안산 단원갑 둘 중의 하나는 민주당 몫으로 돌리려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
 
실제로 이 후보가 관악을 출마를 포기한다는 기자회견을 하기로 하자, 민주당도 약간의 시차를 두고 백혜련 후보의 사퇴를 밝힌 것도 이같은 의심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더구나 당 차원에서 공을 들여 영입한 신인 정치인을 야권연대의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아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두 번 죽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단 통합진보당이 이상규 서울시당위원장을 관악을 단일후보로 추천하고,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이같은 의심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남은 상태다. 무엇보다도 경선 결과에 불복하고 탈당한 김희철 후보에 대해 어떻게 처리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 후보의 경선 결과 불복은 사실상 당이 정한 룰에 대한 불복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탈당까지 감행하면서 무소속으로 출마할 의지를 밝힌 상황이어서 향후 복당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두고 당내 논란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선에서 패배한 백혜련 후보를 공천한 것은 사실상 당 차원에서 야권연대의 대의를 저버리고 연대파기를 감행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어서 비난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백 후보 개인에 대한 당 차원의 미안함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도 숙제다.
 
이미 트위터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민주당을 성토하는 의견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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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