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최근 정부의 제약업계에 대한 정책을 보면 ‘당근과 채찍’ 전술로 길들이기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합니까?”
매출규모 상위 제약사에서 약가와 대외협력을 담당하고 있는 한 간부의 하소연이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4월1일부터 6500여개 의약품에 대한 일괄 약가인하를 단행한다. 복지부는 이번 약가인하로 전체 약품비 약 1조7000억원의 절감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리고 하루 뒷날인 2일에는 국내 제약사들을 상대로 ‘혁신형 제약사’ 선정 공고에 나선다. ‘혁신형 제약사’ 선정 발표는 5월에 이뤄진다.
이런 상황을 업계에서는 "심하게 채찍을 친 뒤 당근을 주는 격"이라고 분노하고 있다.
이 간부는 “문제가 두 가지 정책이 그 자체로 모순"이라며 "약가를 인하면서 당연히 제약사 총 매출이 하락하고, 그에 따라 R&D 투자규모도 줄 수 밖에 없는데, 'R&D 늘리면 혜택주겠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다른 중견제약사 간부는 ‘혁신형 제약사’ 제도 자체에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정부가 그동안 많은 복제의약품을 허가해 놓고, 이제와서 R&D 투자를 늘리는 제약사만 선정해 정책 지원을 하겠다는 것은 중소제약사들을 모두 죽이겠다는 얘기"라며 “그동안 복제의약품 정책에만 주력한 제약사는 모두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 했다.
‘혁신형 제약사’ 선정에 앞서 국내 복제의약품에 대한 정부 지원책이 나와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이런 제약업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4월부터 ‘약가일괄인하’를 실시한다. 약값이 100원이라며 값이 최대 53원까지 깎인다.
복지부 보험약제과 관계자는 “이번 약가인하는 국민 약값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며 “이로 인해 건강보험료 인상폭이 지난해 5.9%에서 올해 2.8%로 낮아지는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