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지기자]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으로 풀린 자금의 영향력이 다한 것일까. 스페인의 국채금리가 6%에 근접하면서 유로존 위기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스페인의 10년만기 국채 금리는 전일대비 16베이시스포인트 상승한 연 5.98%를 기록했다. 스페인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502까지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 시장불안감을 고조시켰다.
◇스페인, ECB에 'SOS' 보내다
하이메 가르시아 레가즈 스페인 경제부 차관은 이날 "유럽중앙은행(ECB)이 위기 진화를 위해 국채 매입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레가즈 차관의 이와 같은 발언은 스페인의 CDS 프리미엄이 급등세를 연출하며 스페인이 제2의 그리스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나온 것이다.
앞서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스페인은 구제금융이 필요없다"고 말하며 스페인 구제금융설은 전면 부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은 라호이 총리의 발언에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한 듯 이 발언 이후에도 CDS 프리미엄은 전일대비 17베이시스포인트 상승했다. 스페인의 10년물 금리 역시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은 10년물 금리가 7%에 근접하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라호이의 구제금융 부인 발언이 시장에서 힘을 얻지 못한 이유는 그가 스페인 정치인들을 설득해 강력한 긴축안을 시행하지 못할 것이란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 국민들 역시 긴축안에 강력한 반대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스페인 국채 매입과 관해 ECB는 아직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베느와 쾨르 ECB 집행이사는 "ECB는 스페인 국채 매입에 나설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클라스 노트 ECB 집행이사는 ECB의 국채 매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전한 상태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스페인의 재정적자 감축안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나쁜 것만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스페인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은행권들이 안고 있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채 금리 상승..스페인 은행권 위험부담 가중
스페인 은행들이 3월 중 ECB로 부터 빌린 금액의 규모는 전월대비 50% 늘어난 3163억유로로 집계됐다. 지난 2월에는 1698억유로를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스페인 은행들이 ECB의 자금을 통해 자국 국채를 매입하고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스페인 은행들의 자국 국채 보유량이 많기 때문에 스페인 국채 금리 상승은 스페인 은행권의 위험부담 증가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구엘 앙헬 페르난데스 오르도네즈 스페인 중앙은행 총재는 "경제가 예상보다 악화될 경우에는 은행들의 자금 상황을 개선하고, 자금 확충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르코 트로이아나 버렌버그 뱅크 애널리스트는 "스페인 중앙은행 총재는 어떤 스페인 은행이 추가적인 자금확충을 필요로 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면서도 "산탄데르, BBVA와 같은 대형은행들이 자본 재구성에 나서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장은 이번주 예정된 스페인의 국채입찰 성공 여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스페인은 오는 17일 12개월 만기, 18개월 단기국채 입찰을 계획하고 있다. 19일에는 5년 이상의 장기 국채 입찰을 앞두고 있다. 이번 국채입찰 발행 성공여부에 따라 스페인 위기의 수위가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