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19대 총선 막판 최대의 이슈가 됐던 김용민 민주통합당 노원갑 후보의 과거 막말 파문이 터지기 전 SNS 등 온라인을 달궜던 단어는 '해적'이었다.
통합진보당의 청년비례대표에 도전했던 '고대녀' 김지윤씨(29)가 제주해군기지 건설 강행에 반대하는 뜻으로 트위터에 올린 한 장의 사진이 사태의 발단이었다.
'제주해적기지 건설 반대! 강정을 지킵시다'라는 글귀가 도화선이 됐다.
국방부와 해군 뿐 아니라 보수진영과 누리꾼들까지 김씨의 행동을 성토하면서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해군 및 '고발왕' 강용석 의원 등의 고소도 잇따랐다.
그러나 김씨는 소설가 공지영씨와 "쫄지마!"를 외치며 마녀사냥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세계적 석학 촘스키 교수가 김씨를 응원하기도 했다.
이러한 풍파 속에 통합진보당 청년비례대표 선거에서 김씨는 본선에 진출한 5명 가운데 4위에 그쳐 낙선했다. 진보정당 최초의 청년 국회의원의 몫은 김재연 당선자에게 돌아갔다.
지난 2008년 촛불정국에서 '개념토론'으로 스타가 된 김씨는 졸업 후 직접 제도권 정치에 도전해 처음으로 치른 이번 총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의 정치도전은 끝이 난 것일까.
김지윤씨는 이와 관련해 18일 기자를 만나 "배운 것이 많은 총선이었다"며 "삶의 과정에서 진보활동을 계속할 것이며, 그 길에서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것이 필요하다면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김지윤씨와의 인터뷰 전문.
▲지윤씨가 통합진보당 청년비례대표에 지원해 활동했던 4.11 총선이 끝이 났다. 선거가 끝나고 뭐하고 지냈는지 근황을 알려달라.
"제주 강정마을 집회에 다녀오고 했던 것처럼 최근에는 언론노조 파업현장이나 지지연대 모임에 참가했다. 그런 활동을 하면서 이 내용들을 알리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싶어서 그런 역할에 어떤 것이 있을지 찾고 있다."
▲비례대표후보로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던 이번 총선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언론에서는 새누리당의 승리, 야권의 패배라고 하는데 그것은 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민주통합당에 대해 가지는 불신이 여전히 깊고, 그런 것이 반영돼 있다. 사람들의 기대치를 민주당이 충족시키지 못한 부분이 있고 새누리당이 그걸 잘 이용했다.
새누리당은 보수의 결집을 잘 시도했고 그런 곳에서 힘을 얻었는데, 수도권에서 이들이 밀린 것도 같이 봐야 한다. 진보정당으로서의 이야기를 더 내지 못해서 아쉽다.
통합진보당은 13석을 얻었는데 수도권을 돌파하며 약진했다는 것에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영남지역 노동자벨트라고 불리는 울산·창원 등에서 진보정당이 한 석도 얻지 못했는데, 이는 진보정당들의 분열이 굉장히 아쉬운 결과를 낳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이 좀 더 협력적으로 단일화를 했더라면 하는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왜 진보가 단결해야 하는가를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이 가지고 있는 노동자 중심성, 노동중심성을 견지하면서 강화해야 할 것 같다. 아울러 선거의 내용에서 통합진보당이 좀 더 진보정당이 할 수 있는 의제를 더 제기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지지를 얻었어야 하는 과정이 있었어야 한다고 보는데 그러질 못했다."
▲관심을 모았던 통합진보당 청년비례에서 김재연 후보가 당선되고 지윤씨는 낙선했다. 개인적 소회는?
"솔직히 당선되고자 나갔으니 됐으면 더 할 나위없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선거과정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개인의 성장이라는 측면에서도 도움이 많이 됐다. 거리에서 많은 분들을 만나며 이야기를 듣고 배울 수 있었다. 강정마을에 가서도 해적기지논란이 있었을 때 주민들이랑 같이 투쟁에 참여했었는데, 그런 과정에서 '내가 대변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금뺏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통받고 투쟁하는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떨어졌지만 어쨌든 선거과정에서 청년들의 문제, 이명박 정권의 문제에 대해서 많은 분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던 것이고, 그 과정에서 응원하고 지지하는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은 저에겐 살면서 갇기 어려운 기회이고 행운이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선거법 상의 제약이 굉장히 많다는 점이다. 청년비례 경선과정에서, 당에서도 좀 더 붐업을 시킬 수 있는 것들을 했어야 하는데 실제로 오프라인 선거운동을 거의 할 수 없었다. 어깨띠를 두르는 것도 안 된다고 하더라. 청년비례 경선을 하면서 당의 지지도를 제고하고 그러면 진짜 좋지 않느냐. 처음 '위대한진출' 계획에선 정당연설회 이런 것도 있었는데 그게 선거법 때문에 안 되더라. 청년비례가 처음에 이슈가 됐던 것에 비해서 진짜 청년들에게는 정작 다가가지 못했다. 당내 기반이 약한 저로서는 그 점이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당내에서만 치르는 경선의 성격이 강해지면서 되기는 어렵겠구나 싶었다."
▲지난달에는 지윤씨의 해군기지 '해적' 발언이 굉장한 이슈였다. '고대녀'에서 졸지에 '해적녀'가 됐다. 고소도 많이 당한 것으로 안다. 마녀사냥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아는데 '해적' 소동이 자신에게 악영향을 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사실 청년비례 경선에서 저의 표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줬을 것이다.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전국적으로 이슈가 되고 그랬는데. (웃음) 그걸 보고 지지한다는 분도 있으셨고, 지지를 철회했다는 분도 있으셨고 그랬다.
저는 그 발언자체가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곳의 진실이 너무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 문제다. 왜 강정마을의 주민들이 그런 울분을 토했는 가에 대해서 육지는 너무 몰랐다. 이정희 공동대표가 라디오에 출연해 제 표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맥락을 봐야 한다고 말해줬는데 실제로도 그랬어야 했다고 본다. 진보진영에서 그렇게 같이 대응했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군기지 문제에 관심을 환기시키고 지지를 모을 수 있는 계기를 삼았어야 하지 않았는가 싶다.
보수진영에서 들고 일어선 것은 청년비례후보인 저 하나를 죽이려고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걸 기회로 보수진영이 야권을 공격한 것이다. 보수결집의 효과를 노리고 한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공격에 맞서는 대응을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정당의 비례대표를 자원한 사람으로서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런 것과 관련해서 본인의 견해나 활동에 대중성을 획득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얼마 전 이집트에서 독재자를 물러나게 했다. 그런데 억압을 받던 사람들이 모두 혁명의 역사를 배우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자신의 삶에서 체득했다고 본다. 그것이 기반이 됐고 사람들의 진심이 있었다. 이게 사회의 변화에서 중요하다. 대중들과 함께 역사에서 배울 것들,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승리할 수 있는 점들에 대해서 토론하고 논쟁해야 한다. 그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 진보적 활동가들이 하는 역할이 있을 것이다. 언론에서든지, 대중들 속으로 파고들어서 토론회도 열고 하면 조금씩이라도 변화가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스스로 행동에 나섰을 때 가능하다는 것. 입진보는 안 된다. (웃음)"
▲그럼 일상으로 돌아가더라도 이번 도전에서와 같이 제도권 정치를 향한 여정은 계속되는 것인가.
"제도권 정치에 생각이 없지는 않다. 처음에 출마한다고 할 때 사람들이 많이 물어보더라. '너는 소위 운동권인데 갑자기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느냐. 소위 386세대 정치인들이 국회에 가셔서 실망을 많이 줬는데, 너도 혹시 그렇게 되는 것 아니냐. 너도 기득권이 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많이 받았다.
저는 제가 청년비례에 도전한 것이 진보활동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19대 국회에서도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이 그랬듯 1%를 위한 정책들만 논의가 된다면 저는 나머지 99%를 대변하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올 때 다시 나올 수 있다. 노동자와 서민에 대한 공격이 강화될 때 제가 하고 싶은 역할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로 국회의원도 고려대상이라고 열어놓고 있다. 그렇지만 국회의원이 제 인생의 최대 목표는 아니다."
▲정계은퇴는 아닌 것으로 알겠다. (웃음) 지윤씨는 싫든 좋든 '고대녀' 캐릭터에 '해적녀'가 더해져 유명인사가 됐다. 선거에 출마하는 것 말고 당직을 맡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정치하는 방법도 있는데 생각한 적 있나.
"제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당에서 제안을 한다면 생각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당에서 지금 뭘 맡고 싶다고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 청년문제나, 아까 말씀드린 것들 중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