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다니는 금융당국..날아다니는 보험사기

보험사기 매년 증가 추세..선진국보다 조사체계 뒤떨어져
금감원, 7월부터 보험사기 조기경보시스템 도입

입력 : 2012-04-24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병원장 유 모씨, 보험가입자 김 모씨 등 50여명은 지난 2008년 9월부터 2년간 수술한 적이 없음에도 수술을 한 것처럼 진료기록부를 위조하거나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아 보험사로부터 5억6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22개 렌터카 업체 관계자 68명은 자동차보험 사고 피해자에게 차량을 빌려주고 렌트기간을 부풀리거나, 렌트한 적이 없음에도 허위로 청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지난 2008년 1월부터 약 3년간 무려 3254회에 걸쳐 7억원의 보험금을 받아냈다.
 
#A병원 김 모씨 등 2명은 사무장 병원을 운영하며 보험사에 허위입원 의료비를 청구하고 환자들에게 허위입원 확인서를 발급시켜 주는 방식으로 지난 2010년 9월부터 1년간 총 88명을 끌어들여 보험금 1억4600여만원을 타냈다.
 
해마다 보험사기가 늘어나면서 보험사기로 누수되는 금액이 3조원을 넘어 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보험사기 수법이 꾸준히 진화하면서 금융당국은 사기범죄 적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0년 기준 민영보험 부문에서 발생한 연간 보험사기 규모는 3조4000억원으로 2006년보다 1조2000억원 증가했다.
 
이같은 보험사기 규모는 연간 지급보험금 27조4000억원의 12.4%에 달하는 것이다.
 
보험사기로 가구당 추가부담해야 하는 보험료만 20만원, 국민 한 사람당으로 환산하면 7만원의 보험료를 더 내야한다.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4237억원으로 전년(489억원)보다 13.1% 증가했다.
 
정부가 보험질서 확립을 위해 지난 2009년 7월부터 검찰·경찰, 국토해양부, 금감원 등 9개 기관으로 구성된 정부합동 전담대책반을 운영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한데다 유관기관과 협조해 기획조사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3조를 넘는 보험사기 추정금액에 비하면 4000억원 수준인 적발실적은 13.4%로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더욱이 적발금액의 대부분인 3321억원은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심사 과정에서 적발돼 보험금 지급이 거절되거나 이미 수령한 보험금을 자진반납한 금액이다. 금감원과 수사기관이 공조해 적발한 금액은 916억원에 불과한 것이다.
 
김수봉 금감원 부원장보는 "인력 보강이나 적발 시스템 개발 등을 통해 매년 적발 실적은 증가하고 있다"면서도 "조사체제가 우리나라보다 더 잘 돼 있는 선진국보다는 적발금액이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장 많은 보험사기가 적발된 유형은 허위·과다 입원 등 허위사고로 피해액만 2988억원(70.5%)에 달했다.
 
이 밖에 고의사고(841억원), 허위(과다) 입원(323억원), 고의 충돌사고(245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보험사기에 적발된 연령은 40대가 28.2%(2만374명)로 가장 높고, 30대 25.8%, 50대 22.3% 순으로 나타났다.
 
10대의 경우 비중 1.3%(952명)로 낮지만 지난 2009년 508명에서 해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10대의 경우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이용해 보험사기를 야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조직형 보험사기도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조직형 보험사기 적발액은 426억원으로 전년(427억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하지만 의사·사무장 등 병원관계자가 보험설계사와 공모해 다수 피보험자를 연루시키는 보험사기 규모는 2009년 82억원에서 2010년 125억원, 2011년 173억원으로 늘어났다.
 
금감원은 보험설계사 및 의료기관 종사자 등이 연루된 보험사기에 대한 기획조사를 강화하고, 문제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형사처벌 외에 업무정지 등 행정조치를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보험사기 잠재위험을 미리 식별해 이상징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오는 7월부터 조기경보시스템 도입을 추진할 방침이다.
 
김수봉 부원장보는 "보험사기는 적발도 중요하지만 예방이 중요하다"며 "보험사기 조기경보시스템을 올 7월부터 운영할 예정이고 보험사에 대해서는 보험계약 인수 심사를 강화토록 지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또 정비업체의 수리비 허위청구, 손해율 증가추세인 배상책임보험 및 생명·장기손해보험의 취약분야 등에 대한 조사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보험업계 전담조직(SIU)의 인원과 기능을 확충토록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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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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