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비례대표 부정선거 의혹이 번지면서 당 안팎의 우려를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이 당명을 '진보당'으로 추진할 모양이다.
이에 따라 6월 3일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새 단일대표와 함께 사실상 1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통합진보당이 당명 개정과 함께 정파간 화학적 결합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통합진보당은 23일 공개한 당헌개정 초안 제1장 제1조 명칭에서 '우리 당은 진보당이라 한다'는 문구를 삽입했다.
19대 총선 선거과정에서 민주통합당과 비슷한 당명으로 세력 확장에 어려움을 느낀 바 있는 통합진보당으로서는 진보신당이 정당지지율 2%를 달성하지 못하고 해산된 지금이 당명 개정에 적기라는 판단이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통합진보당이 진보당이라는 당명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달 4일 열릴 전국운영위원회와 13일 중앙위원회에서 당헌 및 강령 개정안 의결을 둘러싸고 격론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넘어야 할 산이 아직 건재하다.
논란의 초점이 되고 있는 사안은 당원이 주인이라는 모토 하에 운영되고 있는 진성당원제를 강화하기 위해 대의원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도 있고, 새 당명으로 '진보당'을 고집할 필요가 있냐는 이견이 존재한다는 점 등이다.
조준호 공동대표를 위원장으로 한 진상조사위원회가 내달 초 비례대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문제가 수습되더라도 내홍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당원들은 자칫 대의원제 및 당명 개정을 놓고 내부 공방 2라운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통합진보당의 한 관계자는 "화학적 결합이 정말 시급한 과제"라며 "비례대표 부정선거 조사도 증거가 명백한 온라인 투표에 비해 오프라인 투표는 검증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에 당헌과 당명 논란까지 더해진다면 정말 힘들어진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선거를 치뤄보니 유권자들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둘다 '통합'이 들어 있어서 혼돈을 실제로 하시더라"며 "개인적으로는 참신하고 새로운 이름도 많은데 굳이 '진보'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통합진보당 전당대회에서 또 하나의 관심 사안은 당권 및 대권의 분리 혹은 일치 여부이다.
이 문제가 어떻게 처리되느냐에 따라 이정희·유시민·심상정·노회찬 등 통합진보당의 유력 정치인들의 거취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은 조만간 잇따라 열릴 의결기구에서 이 문제를 두고도 첨예한 공방을 예고하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