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명목으로 10억원대의 검은 돈을 받은 혐의를 사고 있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말 바꾸기'가 화제다.
인터뷰를 한 매체마다 다른 소리를 하고, 검찰에서는 또 말을 바꾸는 등 최고위급 인사로서 처신이 너무 가벼운 것 아니냐는 평가다.
그는 검찰의 수사가 보도되기 직전인 지난 22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파이시티 대표 이씨와 고향 후배인 이씨는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파이시티 사업과 관련해 만나거나 논의를 한 적은 있지만 얘기할 처지가 못 된다고 (부탁을) 한마디로 잘랐다”며 “돈을 주고받는다는 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발뺌했다.
파이시티 이 전 대표는 인허가를 위해 돈을 준비한 사람이고 고향후배라는 이씨는 이 전 대표로부터 돈을 받아 최 전 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제2차관에게 건넨 혐의를 받는 인물들이다.
최 전 위원장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고향후배 이씨의 전 운전기사 최모씨로부터 협박을 당했다는 사실도 털어놨다.
그는 “최씨가 이상한 편지를 보내와서 (고향후배)이씨를 불러 ‘이런 일이 다 있냐’고 말했다”며 “그런 일로 (최씨가) 나에게 이상한 요청을 하기에 하도 기가 막혀서 편지를 이씨에게 줬고 그 후로는 어떻게 됐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씨가 최 전 위원장에게 돈을 건네는 장면을 찍은 사진을 우편으로 보내 최 전 위원장을 협박해 2억원을 뜯어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이 최씨에게 2억원을 준 게 사실이라면 스스로 뒷돈이 오갔음을 자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최 전 위원장은 그러나 하루 만에 말을 번복했다.
그는 지난 23일 검찰수사가 크게 보도되자 <YTN>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하는 일에 고향후배 이씨가 평소에 알기 때문에 그 때 당시에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나한테 지원을 해줬어"라고 말해 돈을 받았음을 시인했다.
그는 여기에 덧붙여 "고향후배 이씨가 가까이 지내고 내 입장을 잘 알기 때문에 내가 2006년부터 여러가지 일을 많이 했잖아. MB하고 직접 협조는 아니라도 내가 독자적으로 여론조사를 하고 했거든. 그걸 비롯해서 아까도 말 했지만 정치는 사람하고 돈 빚 지는거 아니야? 그래서 그 한 부분을 협조를 한 게 있어"라고 했다. 돈을 받은 사실을 시인한 데 이어 용처까지 소상히 밝힌 것이다.
이튿날 최 전 위원장은 말을 또 바꾼다. 그는 지난 24일 <동아일보> 등과의 인터뷰에서 돈을 받은 것을 시인하면서도, 하루 전 본인이 말한 2007년 대선 전 경선과 관련해 여론조사비용으로 썼다는 자신의 말을 뒤집었다.
그는 “돈을 받은 시점 직후가 대선이 다가오는 시절이었기 때문에 얼떨결에 ‘내가 독자적으로 MB(이명박 대통령) 여론조사를 하고 했거든’이라고 말했지만 이 후보 캠프의 정식 여론조사 비용으로 썼다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론조사는 파이시티에서 받은 돈으로 한 게 아니다”라면서 “돈이 무슨 꼬리표가 달린 것은 아니지 않으냐. (이 전 대표에게 받은 돈은) 그 시점에 내 개인적 활동을 하면서 모두 썼다”고 밝혔다. 22일부터 24일 사흘간에 걸쳐 하루에 한 번씩 말을 바꾼 것이다.
최 전 위원장의 즉흥적인 '말 바꾸기'는 본인의 의도와는 달리 자신에게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정계에 큰 파문을 던졌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정치적 멘토’라고 불렀던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타격을 줬기 때문이다.
최 전 위원장은 25일 피내사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으며, 검찰은 조사가 끝난 뒤 사전구속영장 청구와 사법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