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파 vs 비당권파..부실·부정 인식차 뚜렷

"조직적 부정 증거 내놔라" vs "총체적인 부실·부정이 문제"

입력 : 2012-05-04 오후 6:27:01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비례대표 부정선거라는 사상 초유의 암초를 만난 통합진보당이 현격한 인식차를 보이며 수습에 난항을 겪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4일 전국운영위원회를 열고 사태수습에 나섰지만 당권파의 격렬한 저항속에 표류하는 모습이다.
 
국회도서관 지하 회의장에서 개최된 전국운영위는 처음부터 불안하게 출발했다. 당권파인 이 대표가 "진상조사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고 거세게 반발한 것이다.
 
문제는 이 대표의 발언에 고무된 듯 참관을 하러 온 당원들 대부분이 격한 박수와 환호를 보내면서 촉발됐다. 이들이 비당권파 대표들의 말과 진상조사위의 보고에 대해선 야유와 욕설을 퍼붓는 등 심각하게 배타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몇 차례 고성이 오간 회의장은 10분간 정회가 선포되는 등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어렵게 진상조사위의 보고가 끝이 났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는 당권파로 통하는 위원들의 공세가 시작했다.
 
이들은 부정선거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내놓으라고 몰아붙였다. 당 안팎에 파다하게 들리는 소문처럼 비례경선 과정에서 특정 당권파 후보의 조작이 개입되지 않았으면 사퇴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지리하게 계속되는 증거에 대한 요구는 계속된 잡음을 일으켰다. 조준호 공동대표가 "부정의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신뢰성을 상실한 선거였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해명했지만 당권파는 수긍하지 않았다.
 
이에 보다 못한 유시민 공동대표는 "비례경선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온라인투표 시군구별 당원들의 비례대표 후보자들에 대한 투표현황과 같은 가장 기본적인 자료를 달라고 했었다"고 입을 열었다.
 
유 대표는 "그런데 모든 선거에서 가장 기본임에도 불구하고, 중앙선관위는 그런 것 없다고 했고, 업체에서는 암호를 푸는 데 두 달이 넘게 걸린다고 하며 들어주지 않았다. 자료가 없으니 무엇인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이어 "그러는 와중에 19대 총선에서 당을 대표해 나설 비례후보 등록일이 다가왔다. 저희 대표단은 중선관위와 후보들과 많은 대화를 한 끝에 총선 직후 진상조사를 하도록 결정한 것"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답답한 듯 심상정 공동대표도 "마음대로 진상조사위가 발표를 했다고 의심들 하시는데 지난 2일 오전 11시에 국회에서 발표하도록 지난달 29일 대표단 워크숍에서 공식적으로 결정했다"고 정리했다.
 
심 대표는 "당시 워크숍 직후에 언론에 일정을 브리핑하도록 공지했는데, 그것이 언론에 전해지지 않았더라"며 "1일 오후까지도 그것이 전달되지 않아 진상조사위의 발표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있는 것이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대표단회의에서 결정된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는 "현재의 조사결과 보고서는 누가 어떤 의도로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는 드러나 있지 않다"며 "중요한 것은 이 정도 상황으로 밝혀진 것에 따르면, 이 선거를 적어도 투명한 절차를 거친 것이라고 국민들에게 말할 수 있느냐 했을 때 저는 없다는 결론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반 국민들에게 온라인투표시스템에서 형상프로그램 같은 당연한 것들이 없다고 말씀을 드리면 부정이 없었다고 할 수 있느냐"며 "여러분들이 제기하는 여러가지 문제인식에 대해선 저도 갖고 있다. 국민들은 납득하지 못하시는 정황도, 진보정당을 오래한 저는 이해하는 것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부정에 연루됐기 때문에 비례당선자들의 사퇴 얘기가 나오는 것아 아니다"며 "국민들이 당에 투표를 하시라고 말하기 위해 당이 공천을 했다. 그런데 당의 공천 시스템이 총체적으로 부실했고, 상당부분 부정이 없었음을 보장할 수 없는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조준호 공동대표 역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없었기에 총체적 부실·부정선거라는 것"이라며 "누가 그랬느냐는 것은 수사의 영역이다. 솔직히 오프라인은 증거가 명백하고, 온라인은 해당 업체가 협조를 해줘야 한다. 사법권도 없는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정도"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이정희 공동대표는 "지금은 질의응답시간"이라며 "의견을 내는 시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공동대표단이) 의견을 내도록 하였다"고 말해 다소 서먹한 분위기를 짐작케 했다.
 
현장을 가득 메운 당권파 당원들도 비당권파측의 발언에 대해 쉴새없이 비웃음과 야유, 불만을 터트리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도 "당을 깨자는 거네", "부정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밝히는게 진상조사 아니냐" 등의 말이 이어지는 상황이라 사태는 쉽사리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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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