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고재인기자] “이번에도 법과 원칙에 따라 투명하게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처리해라.”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저축은행 3차 구조조정을 앞두고 담당자들에게 담대하게 건넨 말이다.
업계 1~2위를 다투던 대형 부산저축은행이 포함된 1~2차 구조조정을 추진해 고향인 부산에 조차 내려갈 수 없는 김석동 위원장의 흔들림 없는 선택이었다.
지난해 7월부터 8월까지 금융당국은 상호저축은행 경영건전화 추진방안으로 85개 저축은행에 대한 경영진단을 실시했다.
지난해 9월 19일 적기시정조치 대상인 13개 저축은행 중 제일 및 토마토 등 7개 저축은행 등 영업정지 조치로 2차 구조조정을 마무리 했다. 이 중 솔로몬 등 6개 저축은행 등은 경영평가위원회가 대주주 증자, 자산매각 등 경영개선계획의 실현가능성을 인정했거나 독자적인 정상화를 추진할 여지가 있다는 사실 등을 감안해 지난해 12월까지 정상화 기회를 부여했다.
하지만 1월 27일 경영정상화 기회를 부여받은 6개 저축은행에 대한 검사기간 연장 계획을 밝혔다. 이때부터 3차 구조조정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4월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해 구조조정 자체가 부담스러웠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퇴출 규모 자체가 확대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이때 금감원에 대한 감사원 감사까지 나와 저축은행의 검사에 대한 압박을 했다.
이후 영업정지 유예 저축은행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과 자본확충 요구 강도는 더욱 높아졌다.
특히,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말부터 부동산PF 부실이 확대돼 건전성 악화는 심화됐다. 금감원 검사역들은 부실검사의 오명을 벋기 위해 건전성과 자산가치 평가 기준을 높인 잣대를 들이댔다.
가차없는 구조조정이 예상됐다. 당초 경영개선 정상화 요구를 받은 6개 저축은행 가운데 한곳은 정상화 됐으며 1곳은 1년여간 경영정상화 기회가 부여됐다. 하지만 1~2곳 정도만 구조조정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고 대부분 저축은행에 대한 정리 단계를 밟았던 것이다.
저축은행 검사는 2주간이나 연장돼 4월말에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5월 초까지 넘어가게 됐다.
4월말부터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메머드급 구조조정 태풍을 준비하고 있어 어떠한 검사 내용도 외부로 유출되지 못하도록 함구령이 내려졌다.
검사결과가 나온 뒤에도 저축은행 경영진과 금융당국 간 건전성 분류 기준에 대한 설전이 벌어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 구조조정 발표가 임박해지면서 금융당국의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었다. 금감원은 3일 저축은행 검사를 마치고 불법행위가 적발된 4곳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날 퇴출 저축은행 발표 가능성이 알려지면서 적기시정조치 유예 저축은행에서 이틀사이 5000억원 규모의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이 나타났다.
결국 금융당국은 6일 전날 새벽까지 서울 모처에서 경영평가위원회를 열어 대규모 영업정지 저축은행 명단을 내놓았다.
이날 6시 10분 솔로몬 한국 미래 한주 등 영업정지 명단을 발표했으며 9시에 적기시정조치 유예 상호저축은행 등에 대한 점검결과에 따른 조치 부과를 설명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영업정지에 따른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도 내놓았지만 분위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주부터 본격적으로 검찰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 말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파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