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정훈기자] 무한 경쟁이 예고되는 한국~러시아 블라디보스톡간 노선 권을 거머쥘 최종 승자가 과연 국적항공사들 가운데 누가 될지 비상한 관심이 집중된다.
13일 국토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한국과 러시아는 항공회담을 갖고 양국 항공사가 한국과 블라디보스톡 간 노선에서 무제한 운항을 허용하는 내용의 항공자유화에 합의했다.
근거리 국제선 취항에 열을 올리고 있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러시아행 하늘길이 활짝 열린 것.
최근 김포~쑹산 노선 쟁탈전 이후 다시 한 번 국적사들 간 물러설 수 없는 한판 대결이 재현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한국과 블라디보스톡 노선은 그동안 양국 각각 1개 항공사만이 제한된 범위 내에서 운항했다.
현재 한국은 대한항공이 주7회,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톡항공이 주 3회 운항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한국~블라디보스톡간 항공 자유화로 항공사 수와 운항횟수 제한이 사라졌다. 저비용항공사를 포함, 국적사들의 러시아 운항 기회가 확대된 것이다.
회담에서는 한·러 모든 노선에서 자국 항공사간 공동운항을 허용키로 합의했다.
앞서 러시아 정부는 블라디보스톡을 시베리아와 동아시아, 북미를 오가는 환승객이 교차하는 허브 공항으로 키운다는 전략 아래 항공 자유화 방침을 세웠었다.
이에 따라 국내 LCC업계는 그동안 극동러시아 지역인 블라디보스톡과의 항공자유화 결정 여부에 큰 관심을 보여 왔으며, 이번 양국 간 결정으로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
블라디보스톡은 북방지역 중에 비행시간이 3시간 이내여서 LCC의 운항 지역에 포함된다.
실제 일본과 동남아, 중국 등 제한된 노선을 넘어 북방으로도 신규 노선을 확대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만큼 생존을 위한 적극적인 운수 권 확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LCC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는 만큼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운항 시간 면에서도 블라디보스토크는 새로운 노선을 모색하는 저비용항공사의 입맛에 잘 맞는 곳이다. 남쪽으로만 쏠린 근거리 국제선 취항 지를 다변화하고 여객과 화물 등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기회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LCC 업계에서는 그동안 정부가 보여온 저비용항공사 노선 확대 기조 등에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국토부는 앞서 방콕, 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 등과의 항공자유화 목적 중에 하나로 국내 LCC의 취항기회를 확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왔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월 황금노선인 김포~쑹산 노선 권 배분에서도 대형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아닌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 등 LCC가 노선 권을 획득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물론 운수권 배분은 객관적인 절차에 의해 배분되기 때문에 이번 블라디보스톡 노선역시 LCC에 운수권이 돌아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운수권 배분은 국토부 '항공교통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며, 각 항공사마다 안전성, 이용자 편의성, 재정적 기초·기재 적정성, 시장개척 기여도·노선 활용도 등이 세분화 돼 평가되기 때문이다.
한편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듯 대한항공은 최근 동시베리아 중심지인 러시아 이르쿠츠크에 내달 1일부터 9월30일까지 한시적으로 정기편을 운항하기로 발표, 묘한 해석의 여운을 남기고 있다.
머지않아 재현될 한국~러시아 블라디보스톡 노선 권 결과는 단순히 신규 노선 확보를 넘어 '김포~쑹산 쟁탈전' 이후 다시 재현된 '다욋과 골리앗'의 자존심 싸움으로 회자되며 업계는 물론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