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잇단 악재 "걱정되네"

몽골노선 독점 담합 의혹, 직원 불법탑승 논란에 적자까지

입력 : 2012-05-30 오후 3:50:50
[뉴스토마토 조정훈기자] 최근 대한항공(003490)이 거듭되는 악재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몽골노선 독점 담합 의혹, 세관신고 없는 직원 불법탑승 논란, 1분기 실적 적자, 수화물 갯수제 빈축 등 각종 문제가 도미노처럼 터지면서 사내 분위기는 급속 냉각됐다.
 
국내 최대를 자부하며 세계속 으뜸 항공사로 도약하고 있는 대한항공은 앞서 미주 40주년 취항기록과 전투기 첫 원정정비 등 역사와 기술력에 대한 호평으로 한껏 고무됐으나 연이어 터진 악재가 찬물을 끼얹은 것 .
  
30일 대한항공,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29일 대한항공이 몽골 항공사인 '미아트'와 담합하고 인천~울란바토르 직항 노선의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몽골노선..소통인가, 담합인가
 
몽골 항공 노선은 두 항공사가 직항 노선의 100% 시장점유율을 차지한 이른바 알짜 노선이다. 항공여객 수요가 하계 성수기(7~8월)에 몰리는 이 노선의 월평균 탑승률은 지난 2010년 7월 91%, 지난해 8월에는 94%를 기록했다.
 
최근 3년간 국제선 전 노선 월 탑승률 최고치가 84%(지난해 8월 기준)였던 점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이 비행거리(3시간30분)가 비슷한 인근 노선보다 높은 성수기 운임을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2010년 7월 기준 울란바토르 편도 운임은 33만3000원으로 홍콩(27만1000원), 선전(25만4000원), 광저우(27만4000원)를 능가했다.
 
국토해양부는 이용객 불편을 줄이고자 몽골과의 항공회담을 통해 노선 경쟁화를 추진했으나 2005년 이후 지금까지 몽골 정부의 반대로 회담이 잇따라 결렬돼 정기편운항횟수를 주 6회 이상 늘리지 못했다.
 
지난 1999년 운수권을 받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시장진입을 막고자 미아트와 공문발송이나 정책건의 등 정상적인 의견 피력 수준을 넘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결과라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이 2010년 몽골 항공당국의 고위간부와 가까운 후원자 20명을 제주로 초청하면서 1인당 80만원 상당의 항공권과 숙식비 등 경비 총 1600만원을 제공했다고도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하루 뒤인 29일 공정위의 몽골 노선 담합과 관련한 시정명령에 대해 "담합한 사실이 없다"고 정면 반박했다.
 
◇대한항공 "담합 없다" 발끈하자..SNS 비난 쇄도
 
대한항공 측은 "대한항공은 담합을 했다고 보지 않는다. 담합을 통해 경쟁사의 시장진입을 방해한 적이 없다"며 "앞으로도 담합 의심의 소지가 있는 행위는 일체 하지 않는 것이 당사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운항 횟수 조절은 양국 정부의 권한으로 항공사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며 "항공사가 항공 당국간 협상에 영향력을 미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대한항공 측은 "한~몽골 노선 증대가 원활치 않는 것은 영세한 자국 항공사를 보호하려는 몽골 정부의 수동적인 태도 때문"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울란바토르 노선 운항횟수가 적어 타 노선보다 높은 요금을 유지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몽골노선을 연평균으로 따지면 다른 노선과 비교해 비슷한 수준"이라며 "2010년 인천~울란바토르 노선 탑승률은 70%로 국제선 전 노선 평균 탑승률(75%)보다 5%p가량 낮다"고 해명했다.
 
또 "유사한 거리의 타사 단독 운항노선 비교시 몽골 노선의 운임은 높은 편이 아니다"며 "성수기를 기준으로 인천~구이린과 인천~충칭 등 아시아나항공의 단독운항 노선의 마일당 운임은 각각 296원, 250원으로 대한항공의 인천~울란바토르(256원) 노선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대한항공 측의 담합이 아니라는 공식적인 입장 발표에도 SNS에서는 대한항공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트윗아이디 @shin5068은 "대한항공이 인천~몽골노선 독점을 위해 몽골관계자들을 해외여행을 시켜주는 등 국적 대형 항공사로서의 품위를 손상시켰네요"라고 힐난했다.
 
@leoffside는 "몽골 비행기 값이 거리에 비해 비싼 편이었는데 결국은 대한항공이 몽골 측과 짜고 아시아나 진입을 방해했기 때문이네요 헐~"이라고 비판했다.
 
@snipernavyseal은 "대한항공은 아시아나의 몽골시장 진입을 방해한적 없다고 공정위에 발끈했습니다. 진실은 곧 드러나겠죠"라고 민감하게 반응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김모씨는 "서비스와 안전성 등 신뢰감 때문에 다른 항공사에 비해 대한항공을 주로 애용하고 있다"며 "이번 공정위의 발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제발 담합이 아니길 바라며 그동안 쌓은 신뢰를 잃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양호 회장의 위기관리 주문..그러나
 
앞서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은 지난 1월 말 '위기 대응력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 임원 세미나에서 "2012년은 유럽 재정위기, 중동 정세, 국내 정치 변화 등 불확실성이 크다"며 "이를 효율적으로 극복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모든 부문에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관리능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특히 "대한항공은 어느 한 사람, 한 부서가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기내, 운송, 예약 등 전부서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팀워크에 의해 서로가 책임지고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의 위기와 변화 조짐을 사전에 파악하고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거듭 주문한 것.
 
이후 대한항공은 지난 2월 최신 친환경 화물 전용기인 B747-8F와 B777F의 운항을 시작, 국내는 물론 세계 화물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동북아시아 최초로 신흥성장 대륙 케냐에 직항 편을 띄우는 등 A380으로 대표되는 기단 현대화와 국내외 노선 확장에 잰걸음을 보였고, 중앙아시아 국제물류허브 육성을 위한 우즈베키스탄 나보이 프로젝트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으며, 美 공군과 육군으로부터 잇따라 대규모 창 정비 사업을 수주하는 등 군용기 종합정비 능력도 인정받았다.
 
올해 미주 취항 40주년을 기록하며 국내외 항공역사를 다시쓰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호평일색이던 분위기가 급반전되면서 올해 목표달성 여부에 관심 쏠리고 있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4598억원으로 전년도(1조2358억원)에 비해 무려 62.8%나 감소했다.
 
같은기간 매출은 12조2671억원으로 5.4% 늘었지만, 당기순손실은 982억원으로 전년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목표 달성에 실패한 것이다.
 
올해는 매출 12조8200억원, 영업이익 8200억원의 새로운 목표를 수립했다.
 
그렇지만 지난 1분기 영업 손실은 988억6400만원으로 전년 동기2708억9600만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당기순손실도 672억300만원에 달해 사실상 영업 전략에 빨간불이 켜졌다.
 
◇매출상승도 좋지만 `신뢰회복` 급선무
 
대한항공 관계자는 "불안정한 세계 유가, 항공기 보유대수 증가에 따른 감가상각비 상승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적자 전환을 이끌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그러나 5월 성수기를 비롯해, 나이로비, 울란바토르, 다낭, 중국 등 신규노선 확장과 한미 자유무역협정, 런던올림픽 등 특수에 힘입어 여객과 화물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에 대한 신뢰도 하락은 매출 극대화 노력만큼이나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다가왔다.
 
몽골 독점노선 유지에 대한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데다 항공 정비사들을 불법 탑승시켜 현행 관세법 제141조 2호를 위반한 것은 '글로벌 항공사를 지향하는 국내 1위 항공사의 품격에 어긋나는 행위'라는 날선 비판도 아프다.
 
전 노선 수화물 갯수제 논란 역시 그동안 대한항공을 믿고 신뢰해 애용한 고객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고객들은 고객편의보다 매출 극대화를 우선하는 기업의 행태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호평과 혹평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대한항공이 업계 1위, 글로벌 항공사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뢰회복이 우선돼야 한다"며 "큰 매출에 신경을 쓰다보니 세밀한 고객의 심리를 놓친 것이 아닌가 싶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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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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