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식 기자]
앵커 : 망중립성 기획, 마지막 시간입니다. 지금까지 “인터넷 상에서 이용자들이 콘텐츠에 접근하는 것을 차별하면 안된다”는 망중립성에 대해 살펴봤는데요.
이제는 마지막으로 해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차례입니다. 최용식 기자. 통신사와 인터넷업체, 양측은 자신만의 논리로 똘똘 뭉쳐 양보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어떻게 생각합니까.
기자 : 예. 그렇습니다. 망중립성은 일종의 제로섬 게임 성격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쪽이 양보한다면 다른 한쪽은 피해를 받기 마련이죠.
먼저 인터넷기업으로서는 콘텐츠 전송에 대해 차별을 받고 싶지 않을 텐데요.
이제 모바일에서는 LTE라는 강력한 망기술 덕분에 각종 멀티미디어 기반 인터넷 서비스들이 봇물을 이룰 것입니다. 이것은 엄청난 기회입니다. 결코 놓치고 싶지 않겠죠.
반면 통신업체들은 3세대망 투자한지 얼마 안돼 또 4세대망에 엄청난 돈을 쓰고 있으니 빨리 그 비용을 회수하고 싶겠죠. 하지만 투자 사이클은 좁아지는데 비해 예전처럼 막대한 수익을 보장받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따라서 망중립성에 의한 트래픽 과부하나 수익성 악화가 우려스럽겠죠.
또 “내 돈 주고 만든 네트워크니 당연히 내가 관리하는 게 옳다”는 심리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서로의 이익과 주장만 내세우면 결국 공멸하기 마련입니다.
이제는 대안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앵커 :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요. 굉장히 어려울 것 같습니다만..
기자 : 예. 어려운 문제이긴 한데요. 사실 문제 핵심은 현행법으로 보장된 망중립성을 통신사들이 트래픽 폭증을 이유로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 데서 시작합니다.
따라서 트래픽 관리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할 것인가. 이게 관건이라고 봅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망중립성과 트래픽 폭증을 분리해서 생각하자고 말하는데요.
즉 “콘텐츠 차별은 하지 말자. 대신 트래픽 폭증을 어떻게 제어할지 고민하자”는 주장입니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안은 극소수 이용자가 엄청난 트래픽을 독식하는 현실을 방관하지 않는 것입니다. 통신사와 인터넷기업 모두 동의할 것 같은데요.
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유선의 경우 상위 5% 이용자, 즉 헤비유저가 전체 트래픽의 50%를 쓰고 있고요.
무선의 경우 1% 이용자가 45% 점유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정액제 상품의 폐단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공유지의 비극인 셈이죠.
따라서 이들에 대해 어느 정도 통제를 가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트래픽을 일부 제한하거나 추가로 과금을 하는 것이죠. 이를 데이터 상한제라고 말합니다.
앵커 : 쉽지 않은 문제 같은데요. 국내의 경우 인터넷 정액제가 장기간에 걸쳐 확립된 바 있습니다. 따라서 반발이 있을 수 있다고 보는데요.
기자 :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용자들이 데이터요금 폭탄 맞을 게 두려워 벌벌 떨면서 스마트폰을 만진다면 결코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겠죠.
또 인터넷 이용률 하락은 콘텐츠기업들의 상상력을 억누르는 결과로도 이어질 수 있고요. 따라서 과금보다는 트래픽 제한이 좀 더 IT업계를 위해 좋다고 봅니다.
예컨대 정해진 용량을 넘어서면 동영상 같은 고용량 콘텐츠에 대한 접근을 막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 트래픽을 제한하느냐, 과금을 하느냐. 이게 문제 해결의 본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키포인트는 통신사가 트래픽에 대한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양측이 토론하며 합의점을 찾는 것이죠.
통신사가 망과부하와 수익성 급감을 걱정하는 것, 충분히 공감합니다. 취지는 알겠으니 트래픽을 투명하게 관리하자는 것입니다.
만약 트래픽 문제라면 현재 얼마나 수용 가능한지, 트래픽 분산 방법은 없는지 자료를 내놓고 토론을 해야 하고요.
수익성 문제라면 얼마나 망에 투자를 했는지, 따라서 얼마나 수익을 보존하는 게 적정한지 역시 자료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나눠야 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합의점을 찾자는 것입니다.
앵커 : 해외사례는 어떤가요. 동향을 살펴보면 충분히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기자 : 해외에서도 망중립성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먼저 미국과 네덜란드, 칠레가 망중립에 대해 강력히 지지하는 상황이고요.
특히 미국의 경우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글로벌 인터넷기업이 많기 때문에 이들과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망접근이 우선시 됩니다.
반면 유럽연합(EU)은 망중립성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요. 통신사들의 주장대로 무한정 허용한다면 망과부하 문제가 나타날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따라서 통신사들이 망 통제 권한을 갖고 있고, 만약 이들이 원한다면 트래픽 혹은 요금 관리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미국은 망중립성을 보호해주고, 유럽은 그렇지 않다. 이런 이분법적인 사고로 접근할 수는 없습니다. 워낙 논란인 탓에 둘 다 유동적인 상황이라는 것, 이것이 제일 정확합니다.
앵커 : 답이 없다고 하니 더욱 문제가 어려워지는데요. 사업자들만으로는 해결이 잘 안될 것 같기도 합니다. 주무부처인 방통위는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 유감스럽게도 거의 방관하고 있다 보면 됩니다. 굉장히 아쉬운 점인데요.
“현재 해외의 경우 대다수 국가가 트래픽 관리를 통신사 자율적 판단에 맡기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기조를 이어나갈 것”이라는 게 방통위 입장입니다.
하지만 좋은 비교가 아니라는 생각인데요.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국내에서 통신업은 기간산업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주파수 분배부터 요금제 출시까지 국가가 허가해야 가능합니다.
따라서 국내 통신시장에서는 100% 시장경쟁이 있을 수 없습니다. 업계 한쪽에서 “언제부터 방통위가 그렇게 자율을 좋아했냐”라는 냉소가 나올 만 하죠.
실제로 지난해 12월 내놓은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은 그저 전기통신사업법에 포함된 내용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요즘 트래픽 관리에 대한 기준을 만들고 있다고 하는데요.
언제 나올지 정해지지 않아 한동안 업체들과 이용자들의 혼란은 계속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