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1. "안 쓰셔도 1년 지나면 저절로 해지되니까 일단 선물받고 카드 하나 발급받으세요"(길거리 카드모집인)
#2. "카드혜택 등이 마음 안 드셔서 안 쓰시면 연회비 부과도 없고 저절로 해지되니 걱정마시고 일단 발급받으세요"(한 카드사 상담원)
금융당국이 내놓은 휴면카드 대책을 악용, 오히려 무분별한 카드발급을 부추기고 있는 모집행태가 잇따르고 있어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카드사의 모집인과 상담원이 '카드발급 후 1년 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해지'하도록 한 당국의 정책을 '미끼'로 이용하고 있다.
모집인들은 일단 카드를 발급하면 카드사에게서 수당 등을 받지만, 이미 상당수 국민들이 4~5장의 카드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모집행태가 반복되면 결국 카드사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지적이다.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신용카드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약 1년 4~5개월 간 사용하지 않은 신용카드는 자동으로 해지되도록 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이는 현재 규제개혁위원회가 심의 중으로 오는 8월쯤 시행될 예정이란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개선안을 시행하면 카드사는 1년 이상 미사용 신용카드에 대해 1개월 내에 서면, 이메일 등으로 계약 해지 또는 유지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
만약 회원이 1개월 내에 계약유지 의사를 통보하지 않으면 즉시 사용정지 해야 하고, 이후 3개월이 경과할 때까지도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즉시 계약을 해지하게 된다.
약 1년 4~5개월 안에는 휴면카드가 자동해지되는 셈이다.
금융당국이 휴면카드를 없애려는 것은 카드 한 장당 평균 3만6000원의 발급비용이 낭비일뿐 아니라 분실·도난 등 카드사고 위험, 국제브랜드사에 지급하는 불필요한 수수료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카드사의 모집인과 상담원이 당국의 대책을 오히려 역이용하며 카드 발급을 남발하고 있는 형국이다.
자동해지 정책으로 휴면카드로 남아있는 신용카드 수는 줄겠지만, 이를 악용한 무분별한 카드 발급으로 매년 해지되는 신용카드는 더 늘어날 수도 있어 불필요한 비용 지출은 여전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영경 YMCA신용사회운동사무국 팀장은 "바뀌는 대책의 틈새를 악용해 영업을 강화하고 있는 행태"라며 "당국이 나서서 왜 변경했는지에 대한 자성이나 성찰은 없이 여전히 돈벌이에만 혈안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서 팀장은 "당장은 회원유치에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무분별한 카드발급으로 인한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카드사에 이익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