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이정희 통합진보당 전 공동대표가 '침묵의 형벌'을 깨고 30일 "지난 3개월 동안 계속된 대치 상황을 이제는 종결짓고 화합하여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나아가는 미래를 함께 열기를 모든 당원들께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이 전 공동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장문의 글은 전날 참여계 당원들이 통합진보당은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실패했다고 결의한 상황에서 '화합'·'믿음' 등의 단어를 강조하고 있어 대비된다.
이 전 공동대표는 "통합진보당에서 서로를 비상식적이고 진보에 해를 끼치는 사람으로 지목하는 일이 횡행했다"며 "한 쪽은 고작 몇사람 살리려고 당과 진보진영을 자살로 몰고 가는 역사의 죄인으로 매도됐고, 다른 한 쪽은 당을 살리겠다는 명분으로 동료를 모욕하고 정치생명을 빼앗는 배신자로 여겨졌다"고 구 당권파와 혁신파를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마음을 가라앉히고 살펴보면, 통합진보당에서 자신의 희망을 키우고 땀의 결실을 맺고자 했던 당원들의 본 모습이 죄인 또는 배신자 가운데 어느 하나에 불과한 것은 아닐 것"이라며 "진보정치 키우는 것이 사람사는세상 만드는 길이라고 큰 마음 내어 합류한 사람들이 어떻게 한 순간에 죄인으로 전락하거나 배신자로 돌변할 수 있냐"고 물었다.
그는 이어 "통합진보당을 지켜보면서 진보정당의 원칙이 뿌리부터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고 크게 우려한 당원들이 있었고, 대중적 진보정당의 꽃이 빨리 피어나지 못하는 것에 발을 동동 구른 당원들이 있었을 뿐"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첫 마음으로 돌아가자"며 "나에게 첫 마음이 있었다면, 상대에게도 그 첫 마음이 있었다. 상대의 말에 칼날이 선연해도, 그의 첫 마음부터 날카로운 칼끝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탈당러시와 분당 가능성 대두로 기로에 선 통합진보당 당원들에게 제안했다.
그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상처가 상대의 상처보다 더 깊다고 느낀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지 않으려 한다"며 "화합을 위해서라면, 그 상처마저도 저를 키우는 것이었다고 감사히 받아들일 수 있다. 화합에 필요하다면, 그 상처를 만들어낸 사람일지라도 다시 믿을 것"이라고 참여계를 비롯한 혁신을 지지하는 당원들의 이탈을 우려했다.
그는 또한 "믿음은 먼저 주는 것"이라며 "믿음이 있어야 진실 앞에 겸허할 수 있고, 상대에게 먼저 믿음을 주어야 나의 부족함을 상대의 탓으로 돌리지 않게 된다. 다시는 헤어지지 않는 진보정당, 화합하고 단합하는 통합진보당을 만들겠다던 우리의 희망이 사라졌다고 좌절하지 않기를 바란다"고도 썼다.
그는 "아직 우리는 자신의 고정관념을 흔들 정도로 서로를 깊이 관찰하지 못했다"며 "서로의 악의를 파헤치는 것보다 더 큰 노력을 서로를 이해하는 것에 쏟지 않았다. 지금 통합진보당의 대립과 분열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야만 비로소 우리가 역사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립의 시간이 이제는 끝나기를 바란다"며 "서로의 존재와 생각을 인정하되, 상대의 고통이 나보다 크다고 생각하고 이해하려 애써 볼 수 있지 않을까. 상대가 낼 수 있는 마음의 크기를 받고, 그보다 조금 더 마음을 내는 것이 불가능할까. 상대의 행동이 당장 성에 차지 않는다 해서 날선 말을 쏟아내야만 하냐"고 글을 마쳤다.
이에 '침묵의 형벌' 뒤에서 당직선거 기간 동안 지역 당원들 추스르기에 힘쓴다는 소리가 돌았던 이 전 공동대표가,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 부결로 썰물처럼 당원들이 탈당을 하자 이를 진정시키기 위한 움직임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두 의원 제명 부결로 강기갑 대표에 표를 준 당원들이 잇따라 탈당함으로써 당내 주도권 경쟁에 승기를 잡은 구 당권파의 대권후보로 나서기 위한 이 전 공동대표의 포석이 아니냐는 소리도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