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통합진보당의 자정과 혁신을 위한 노력에 번번히 발목을 잡고 있는 구 당권파는 '형벌'을 사랑하는 모양이다.
엄밀히 얘기하면 '침묵의 형벌'을 자청한 이정희 전 공동대표와 이석기 의원 제명안에 기권표를 날린 김제남 의원이 그렇다는 소리다.
김제남 의원은 이석기·김재연 제명 부결 후폭풍이 커지자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저는 이석기 의원에게 '승리'를 안겨준 것이 아니라 강기갑 대표 체제에 봉사할 수 있도록 '노역형'을 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두 의원이 끝내 제명되면 구 당권파와 혁신파의 화합은 물 건너 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25일 중앙위원회를 지켜본 뒤 기권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는 것.
그러나 강기갑 대표와 심상정 전 원내대표 지도부가 제명 부결로 '멘붕'에 빠져 "죄송하다"며 거듭 고개를 숙인 것과는 대조적인 입장이라는 점이 문제다.
박원석 전 원내대변인은 기자들을 만나 "자신이 무슨 혁신의 종결자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한편 이정희 전 공동대표도 지난 5월12일 사상 최악의 중앙위 폭력사태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저는 죄인"이라며 "침묵의 형벌을 받겠다"고 썼다가, 제명을 부결시킨 김제남 의원 못지 않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물론 김 의원이 구 당권파가 비례대표로 영입한 인물이기는 하지만 경기동부연합이나 광주전남연합 출신의 구 당권파 적통은 아니다.
실제로 구 당권파들은 제명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김 의원으로 인해 26일 의총에서 제명이 될 것으로 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석기 의원에게 제명이 아닌 '노역형'을 주기로 한 김 의원의 '배려'로 인해 구 당권파는 환호성을 지를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재밌는 것은 '징역형'을 받은 이석기 의원이 "진실의 승리"라며 싱글벙글 웃는 것에 비해 이번 형벌로 탈당이 줄을 잇고 여론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