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통합진보당이 끝내 분당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강기갑 대표를 위시한 혁신파 각 그룹들은 조직적 탈당 및 대중적 진보정당 재창당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공동전선을 효과적으로 펼치기 위한 의견 종합 과정이 남아 있고, 오는 13일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의 결정도 지켜봐야 한다. 즉 분당 시기는 다음주를 넘겨야 판가름될 것으로 보인다.
유시민 전 공동대표의 참여계와 노심조(노회찬·심상정·조승수)의 통합연대, 민노계 인천연합 등 혁신세력은 이석기·김재연 지키기에 성공한 구 당권파와 더 이상 당을 함께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단일대오에 최대주주인 민주노총이 두 의원 제명을 조건으로 배타적 지지철회를 한 바 있어, 13일 열릴 중집에서 통진당 지지철회가 결정나면 혁신파의 운신의 폭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이들은 당비납부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당에 사형선고를 내린 당원들을 조직적으로 모아 1만명 이상 단위의 대규모 탈당을 결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민주노총 또한 여기에 가세할 가능성이 있어 통합진보당의 당원 규모는 급격하게 쪼그라들 수 있다.
이는 기존에 개별적으로 탈당한 당원들, 기타 진보세력들과 연계해서 당 바깥에 진보혁신 블록을 구성, 대선국면에 민주통합당과의 야권연대 및 정권교체를 도모한다는 구상이다.
강기갑 대표를 비롯한 혁신지도부 인사들은 당분간 당에 남아 박원석·정진후·서기호 의원 문제 해결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비례대표인 세 의원이 탈당을 하면 의원직을 잃는 탓에, 출당을 통해 무소속 의원으로 풀어주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는 통합진보당에 남을 구 당권파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여서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의원 숫자에 따라 국고보조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혁신파의 신당 창당도 돈이 든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이 때문에 비례대표 의원 3인의 문제가 어떻게 풀리느냐에 따라 시기가 갈릴 전망이다.
한편 강기갑 대표는 3일 오전 국회에서 백낙청 교수, 김상근 목사, 함세웅 신부 등 시민사회 원로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시민사회 원로들은 강 대표에게 통합진보당의 혁신이 성공하기를 바랐던 국민들의 요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함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다.
아울러 강 대표에게 진보정치의 혁신을 지속해 나가야 하는 책무를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하며 진보정치의 재구성을 포함, 국민들에게 새로운 비전과 희망을 제시한다면 그에 대한 지지를 계속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진보 시즌2를 모색하는 혁신파로서는 시민사회 원로들의 이같은 지지가 고마울 수밖에 없는 순간이고, 구 당권파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는 장면이라는 평가다.
강 대표는 "원로들의 요구를 무겁게 받아 안고, 조속한 시일 안에 그에 부응할 대안과 비전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 부결 이후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국면 변화에 구 당권파는 당혹한 모습이다. 구 민노계를 설득하려 하고 있지만 반응은 차가운 상태다.
이상규 의원을 비롯한 구 당권파 의원 6인이 강기갑 대표 체제에 힘을 싣겠다며 '화합'을 주문했고, 스스로 '침묵의 형벌'을 받던 이정희 전 공동대표도 '믿음'을 강조했지만 감정의 골을 메우기 힘들어 보인다.
구 당권파의 손을 들었던 부산연합의 민병렬 전 혁신비대위 공동집행위원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떻게 만든 당인데"라며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혁신파의 대꾸가 없다.
결국 당이 쪼개지고 구 당권파만 남게 될 상황이 가까워지자, 이석기 의원 자진사퇴설이 피어오르는 동시에 이정희 전 공동대표의 대권출마설도 감지되는 등 갈피를 못 잡는 모습이어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