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동지 문태룡, 유시민에게 편지 "실패 인정하길"

입력 : 2012-07-31 오후 3:06:55
[뉴스토마토 권순욱기자] 지난 2002년 개혁국민정당부터 열린우리당 내의 참여정치연구회, 그리고 2010년 국민참여당에 이르기까지 유시민 전 대표와 함께 정치행보를 함께 하다가 통합진보당 합류를 놓고 갈라섰던 문태룡 전 국민참여당 최고위원이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 전 대표에게 장문의 편지를 올렸다.
 
문 전 최고위원은 이날 편지에서 "통합진보당의 도전과 실험은 실패했다고 선언할 것"을 권유했다.
 
참여당 시절 통합진보당 합류를 놓고 벌인 논쟁에서 "혁신없는 통합은 안된다"고 주장했던 문 최고는 "당신은 가서(통합한 연후) 할 수 있을 거라는 낙관적 태도를 보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당신이 틀렸습니다. 부끄럽겠지만 예전처럼 냉철하게 인정하십시오"라고 주장했다. 
 
이어 "양측이 합의하여 당을 해산하고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한 문 전 최고위원은 "차선책은 집단탈당하여 무소속 정파조직을 만들고 대선지원에 나서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문 전 최고위원은 "님은 명확한 권한이 주어진 일이나 자리에 가면 빛나는 사람"이라며 "정권교체에 성공하면 차기정부에서 장관이나 부총리를 맡으셔서 재기를 도모하십시오"라고 편지를 끝맺었다.
 
다음은 문 전 최고위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편지 전문이다.
 
애증이 깊어 결국, 외면하는데 실패하고 이렇게 펜을 듭니다.이 글에 어쩌면 당신보다 당신의 팬덤이 더 극성일 것 같아, 걱정이 또 앞섭니다. 참여당에서도 저랑 팬덤 때문에 다퉜지요?
 
당신과 내가 동지적 관계로 10년을 일 해왔다 말해도, 그들은 나를 당신과 주종관계로만 인식해요. 참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어 이젠 포기했습니다만... 어떻든 지금이라도 그런 좁고 어두운 성채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길 바라며 간단한 의견을 보냅니다.
 
-통합진보당의 도전과 실험은 실패했다 선언하십시오.
 
지금 이 순간 통합진보당은 국민에게 버림받았고 정권교체의 걸림돌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갈등의 양축이 철천지원수처럼 된 마당에, 당을 통합하고 혁신할 에너지도 안 보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제거해야할 악마처럼 여기고 있으니 무엇을 더 바랄 것입니까?
애시당초 제가 ‘혁신없이 통합없다‘고 했을 때 당신은 가서(통합한 연후) 할 수 있을 거라는 낙관적 태도를 보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당신이 틀렸습니다. 부끄럽겠지만 예전처럼 냉철하게 인정하십시오.
 
-자유주의적 성향의 당원들에게 씌워진 연옥같은 굴레를 벗겨주십시오 .
 
들리는 말로는 1500명 이상이 탈당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흐름을 이젠 막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시겠지만 이탈자의 대부분은 참여계로 보입니다. 발밑이 무너지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진행되면 앞으로 전당원투표에서도 승부를 볼 수 없습니다. 대의원이나 중앙위원도 과반을 점하지 못했으니 도무지 의결기구를 통해 무엇 하나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황입니다. 이제부터의 상황은 현 지도부 임기 1년 동안, 서로가 극한투쟁을 무한반복하는 일만 남았을 뿐입니다. 지금보다 더 처절한 투쟁을... 이것은 불행하다 못해 참극입니다.
 
당원들이 너무 안쓰럽습니다. 사람이 태어나 누군가를 증오하며 평생을 살아야한다면 그것은 ‘사람사는 세상’이 아닙니다. 불과 1년 전 유쾌하고 발랄했던 당원들의 눈빛이 이젠 핏발이 선 채로 하루하루를 버팁니다. 도무지 사람이 할 일이 아닙니다.
 
-양측이 합의하여 당을 해산하고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 최선입니다.
 
과연 누가 누구를 완전 거세한다는 것이 가능할까요? 저는 이런 적대적 목표가 가능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옳은 태도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동지를 만든다고 갔다가 더 많은 적들을 양산하는 정치를 한 셈입니다. 이 부분은 유시민식 정치의 한 단면인데 스스로 깊은 성찰을 해 보시길 간곡히 당부합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서로 감정의 골이 너무 깊어 어려우실 줄 압니다만, 그래도 진보의 미래를 위해 아니, 바로 곁에 있는 당원들의 행복을 위해 서로가 당의 해산에 합의하도록 노력해보아 주시길 바랍니다. 그것만이 민주진보진영 전체에 득이 되며 정권교체에도 장애를 조성하지 않는 최선의 길입니다.
 
-차선책은 집단탈당하여 무소속 정파조직을 만들고 대선지원에 나서는 것입니다.
 
국고보조금 180억보다 대의를 더 가치있게 여기십시오. 정권교체에 모두가 나서야합니다. 위의 최선책이 안 된다고 주저앉을 수는 없잖습니까? 물론 민주당으로 곧장 통합하는 방안도 이젠 고려해 보셔야합니다만 이것은 님의 자존심 상 허락되지 않을 것 같아서 권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현재의 국면으로 보면 문재인님이나 안철수교수 혹은 그 누가 되든지 힘을 모아 대선을 치러야할 상황입니다. 지금처럼 당내투쟁에만 몰입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그러려면 일단 개인도 조직도 자유로워져야합니다. 그래야 선택하고 움직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우선 벗어나서 휴식을 취하십시오. 당신도 당원들도 너무 지쳤습니다.
 
-정권교체에 성공하면 차기정부에서 장관이나 부총리를 맡으셔서 재기를 도모하십시오.
 
님은 명확한 권한이 주어진 일이나 자리에 가면 빛나는 사람입니다. 어쩌면 정치보다는 행정에 더 적합한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으니까요. 또 당신이 지도자 역할을 자꾸만 기피한 이유가 수많은 사람들의 탐욕을 다 채워줄 수 없음을 알기에 회피했던 것 아닙니까? 그런 의미에서 행정부에서 일하면서, 정치란 ‘가치와 이해의 조화’라는 것을 좀 더 체득하시고, 당신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지금의 일꾼들에게 벼락출세는 아닐망정 능력을 발휘할 기회도 주셔야하지 않겠습니까. 이슬만 먹고 수양산에 들어가 살 요량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맺음말 : 침묵으로 일관했던 당신과 나 사이에 있었던 일, 저는 잊었습니다. 아니 잊으려고 부단히 노력합니다. 더 이상 얽매이지 마시고 개혁당 시작할 때의 그 신선하고 탈권위적인 자유인으로 다시 태어나길 소망합니다. 님이 처음 모습을 회복하는 한, 저는 아무런 여한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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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