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더위가 우리를 살렸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내수침체를 뒤로 한 채 함박웃음을 지었다. 최근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에어컨 판매량이 급증한 덕이다.
가전업계는 지난달 초만 하더라도 울상이었다. 가계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에어컨 등 고가의 가전 구매에 선뜻 나서지 않으면서 판매량 증가는 커녕 "올해 장사는 물 건너갔다"는 한숨마저 내보였다.
하지만 기록적인 더위가 연일 이어지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가전업계의 고민이 '날씨' 덕에 한방에 해결되는 모습이다.
7일 하이마트에 따르면 7월21일부터 8월 현재까지 에어컨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5배나 급증했다. 하이마트는 이번주 물량을 이미 완판했다. 일부 매장에서는 급한대로 진열제품마저 판매하고 있는 상황이다. 없어서 못파는 귀한 몸이 된 것이다.
판매 뿐만 아니다. 설치 수요도 몰려 애를 먹고 있다. 하이마트는 에어컨 설치팀만 총 1200개 팀으로, 팀당 하루에 5건 정도 소화한다. 하루에 6000건 꼴로 에어컨 설치가 이뤄지는 셈이다.
최근 들어 일일 에어컨 판매량이 1만5000대를 넘어서는 등 에어컨 하루 설치량을 웃도는 판매고가 이어지면서 설치에는 최소 나흘에서 일주일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시중 매장에서 에어컨이 거의 동난 탓에 생산공장도 더욱 바빠졌다.
삼성전자(005930) 광주공장은 오는 15일부터 여름휴가가 예정돼 있지만, 휴가 연기 검토에 들어갔다. 급증하는 에어컨 수요에 대비해 조금이라도 더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날씨가 갑자기 더워지면서 에어컨 수요가 급격히 늘었다"며 "여름 휴가 일정을 조정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에어컨 판매량은 전적으로 날씨에 좌우되기 때문에 내주 판매량과 일기예보 등을 보고 최종 판단키로 했다.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여름휴가에 돌입한
LG전자(066570)는 휴가에 앞서 이번주 생산 물량을 미리 생산했다. 오는 10일 공장가동이 재개되는 시점까지 물량을 예상하고 재고를 확보한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휴가 이후 생산량을 늘릴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계절가전인 만큼 날씨와 시장상황에 맞춰 생산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계획"이라고 말해 폭염이 지속될 경우 추가적인 생산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이처럼 에어컨 수요가 폭증하자 가전업계에서는 올해 에어컨 판매량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능가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특히 7월 중순 이전까지는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40% 정도 감소했지만, 7월 4~5주 들어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에어컨 수요가 몰리면서 판매량이 7월 2~3주 보다 4배가량 급증한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에어컨 판매량은 7월 한 달 판매량이 다른 계절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며 "당분간 찜통 더위가 지속된다면 지난해 실적도 능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 역시 "아무리 불황이어도 더위 앞에선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리더라"며 "일선 매장에서 에어컨이 동난 것을 보면 지난해 수준이거나 그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