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어떻게 죽을 것인가' 쓰는 이유는

정치보다 삶의 문제 다뤄.. "각자 삶의 의미 추구토록 하는 것이 좋은 정치"

입력 : 2012-08-10 오전 11:08:22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유시민 통합진보당 전 공동대표가 올 연말 대선이 끝난 뒤 출판을 목표로 신간을 집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쏠린다.
 
책의 제목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죽을 것인가'이다.
 
유 전 공동대표는 지난 5일 강릉에서 자신의 팬클럽인 '시민광장' 회원들을 만나 "정치에 대한 책이 아니고 그냥 사는 이야기에 관한 책"이라며 "왜 사느냐와 같이 아주 포괄적이다. 책을 쓰면서 여러가지 잊어버리고 있던 질문들을 다시 떠올려본다"고 밝혔다.
 
유 전 공동대표는 "35년전 대학에 들어오니까 고등학교에 비해서 시간이 참 많더라"며 "토요일에 기숙사에 혼자 남았다. 비는 내리고 할 일은 없고, 창 밖으로 관악산을 보면서 막연하게 막막한 느낌에 '어떻게 살아야 되지, 왜 사는 거지, 산다는 것은 뭐지' 고민을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뒤에 철이 나고, 당시 유신체제라서 써클에 가입하고 선배들과 공부하고 데모하면서 그런 질문을 잊었다"며 "수십년 동안 잊어버리고 그냥 살다가, 요즘와서 다시 삼십몇 년 전으로 돌아가서 그 생각을 많이 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일이 잘 되고 마음 먹은 것으로 다 될 때는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안 한다"며 "내 생각과 소망, 세상이 흘러가는 것이 어긋날 때 사람들이 성찰을 많이 하게 된다. 세상이 잘못된 것일까, 내가 잘못된 걸까. 아니면 둘 다 나름 괜찮을 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의 신간이 정치보다 삶의 문제를 다루게 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유 전 공동대표는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을 목표로 지난해 12월 통합진보당에 합류했지만, 총선 직후 비례경선 부정 사태가 터지면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는 "일상적인 나의 생활과 행위가 나의 내면에서 긍적적 의미를 갖도록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한다"며 "지금 우리가, 정치에 일정 부분 참여하는 시민으로서 중요한 것은 자기 삶을 잘 가꾸는 것이다. 내 삶을 꾸미는 여러 것들 중에서 정치도 아주 의미있는 것의 하나가 되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아울러 "정권교체 안 된다고 우리 삶이 망하는 것은 아니잖냐"라며 "박근혜 정권 밑에서라고 보람있는 삶을 못사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우리들이 찰나에 불과한 우리 삶을 보람있고 의미있게 꾸미기 위해서는 정권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우리 삶을 꾸미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나쁜 일들을 막으러 다니고, 규탄하러 다니는 것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면 안 되지 않냐"고 되물었다.
 
그는 또한 "좋은 정치는 시민들이 누군가 저지르는 악을 저지하러 다닐 필요가 없도록 하는 것"이라며 "각자가 서로 방해하지 않고 자기 삶의 의미를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은 정치"라고 강조했다.
 
한편 유 전 공동대표는 자신의 대선불출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이제는 국민들이 정권교체를 선택할 수도 있겠다 싶다"며 "우리가 교체를 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이 교체를 선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최근에 좀 든다"고 내다봤다.
 
그는 "국민들의 마음이 그리로 간다면 정치하는 사람들은 국민들의 마음이 실현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도리"라며 "저도 정당과 정치, 정책에 대해서 제 생각이 있다. 그런데 국민들도 생각이 있다. 제가 아무리 옳아도 국민들이 옳다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도속담에 '모든 일이 잘 될거야. 잘 안 되면 아마 때가 아닐거야'라는 굉장히 낙천적인 생각이 있다"며 "아무리 좋은 생각과 이념, 지향도 그것이 사람들에게 이해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실현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물론 많은 국민들이 받도록 바꾸려는 노력은 계속해야 된다"면서 "그러나 거기엔 시간이 필요하다. 대선까지 시간이 얼마 없다. 선택이 가능한 대안 가운데 국민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가 다가왔다. 저처럼 많이 나오면 3%가 나오는 후보들은 조용히 물러설 때가 됐다. 국민들이 이해하지도, 바라지도 않는데 제가 하겠다고 설치는 것도 좋아보이지 않는다. 물론 나온다고도 안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들의 마음 많이 모아진 후보들을 중심으로 여론이 형성되도록 정치인들이 협력해야 된다는 생각 때문에 그랬다"며 대선 불출마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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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