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임효정기자] #(2012년) 입사 2년차인 김지연(30)씨는 국민연금 홈페이지에서 예상연금을 조회해봤다. 김씨가 현재 소득으로 만 60세가 되는 2043년까지 국민연금을 납부할 경우, 예상되는 총 납부보험료는 6921만6120원이었다. 그 후 김 씨는 만 65세가 되는 2048년부터 매월 66만470원(현재 화폐가치 기준)을 받게 된다. 김씨가 85세까지 산다면 납부한 금액의 두 배 이상인 1억5851만원을 연금으로 받게 되는 셈이다.
#(2060년) 연금을 꼬박꼬박 적립해온 김지연씨에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연금기금이 고갈돼 돈을 받을 수 없게됐다는 것이다. 김 씨는 국민연금만 믿고 개인연금 등 별다른 노후를 준비하지도 않았다. 정부가 세금으로 보조한다지만 예상한 연금 규모의 절반도 채 안되는 돈이었다. 김 씨는 '망연자실'했다.
올해 국민연금에 가입한 30대 김씨의 40년 뒤 미래 모습에 대한 예상 시나리오다. 국민연금은 국가가 지급을 보장하는 보험으로 연금기금이 고갈된다해도 정부가 빚을 내서라도 연금액은 지급된다.
하지만 전혀 실현 불가능한 얘기도 아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펴낸 ‘국민연금 장기 지속가능성 확보방안’에서는 현행 국민연금제도를 유지할 경우 2041년 재정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2053년에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연금지출 증가는 국가를 파탄지경에 이르게 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수직연금 이미 '고갈' 국민연금 '가뭄'
우리나라 공적연금제도는 특수연금제도인 공무원연금을 시작으로 군인연금, 사립학교교원연금, 국민연금 순으로 도입됐으며 이미 일부 기금은 재정이 바닥난 상태다.
지난 1960년에 도입된 군인연금은 1973년부터 연금수지 적자가 발생해 매년 국고지원을 받고 있고, 공무원연금도 2000년부터 기금이 고갈돼 정부가 적자를 메워주고 있다. 2010년 기준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수지적자에 대한 국고 보전금만해도 3조원을 넘은 상황이다.
◇국민연금 수급자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2040년대에 들어서면 수급자 수가 가입자수를 앞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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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도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기금고갈의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다. 국민연금으로부터 지급을 받는 수급자수는 2012년 346만명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다 2050년 1594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70년에는 1405만명으로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국민연금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수는 2012년 1900만명에서 2017년 1929만명으로 최고점에 달한 후, 저출산으로 생산가능인구수가 감소함에 따라 2070년에는 1017만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일할 젊은이는 자꾸 줄어드는 반면, 연금을 받을 사람은 많아지니 운용은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국회예산처가 전망한 국민연금 고갈 시점인 2053년은 에 고갈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예상한 고갈 시점인 2060년보다 무려 7년이나 빠른 셈이다.
여기에 평균수명이 연장된 것을 감안하면 연금수지 적자나 기금소진 시점은 더 빨라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재정평가 시점 2080년을 기준으로 기금소진을 막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현행 9%가 아닌 14.3%로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평균수명이 연장될 경우 연금 수급기간이 함께 늘어나면서 연금이 소진되는 시점이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문제없다" 자신..엉터리 낙관론 여론 팽배
상황이 이런데도 국민연금은 고갈은 커녕 일본 연금보다 안전하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04년 연금 보험료를 인상하면서 국민들에게 100년은 충분히 유지될 수 있는 연금제도로 바꿨다고 자신했지만 7년도 채 안돼 연금은 파탄 위기에 처했다. 일본 정부는 이대로 가다가는 연금이 파산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60세인 연금 지급 개시연령을 단계적으로 68~70세까지 올릴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현재 국민연금은 2060년까지는 연금적립금이 고갈되지 않는 등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주장은 지나친 낙관론에 근거했다는 점에서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LG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민연금은 2011~2020년 경제성장률을 4.1%, 실질 임금상승률을 3.6%, 물가상승률 2.8% 투자수익률을 6%대로 상정하고 있다.
그런데 경제성장률은 이미 2%대를 바라보고 있으며 물가상승률은 작년에만 4%대였다. 여기에 임금상승률과 투자수익률이 예상보다 크게 떨어지면 연금적립금이 수십년 앞당겨 고갈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한득 연구위원은 "2008년 국민연금 재정추계에는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통계 외에 2050년 이후의 급속한 기대수명 증가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연금 기금 고갈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연금 수익률이 불투명하다는 점이 가장 큰 난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돼 가고 있다는 얘기다.
국민연금의 올해 목표수익률은 연 6.5% 수준이다. 2008년 재정 추계 당시 2011~2015년 목표로 제시했던 연 6.7% 수익률에 훨씬 못미친다. 국민연금기금운용 위원회는 2012~2016년 목표 수익률을 연 6.5%로 하향 조정했으나 이 역시 쉽지 않아보인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국민연금도 주식과 대체 자산에 투자비중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2003년 7.8%에 불과했던 주식비중은 2006년 11.6%, 2010년 23.1%로 늘렸으며 대체자산 역시 0.2%, 1.1%, 5.8%로 확대됐다.
그 결과 2009, 2010년 연속 10.4% 수익률을 기록하며 26조원, 30조원이라는 수익을 냈다. 하지만 그런 수익이 오래 지속되긴 어려울 뿐 아니라 위험도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