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호기자]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시행 중인 '환자 약값 본인 부담률 차등제(약제비 차등제)'가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회취약계층에게 역차별이 될 수 있단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뇨환자 대부분 대형병원에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지만 제도 시행 후 높아진 약값때문에 사회취약계층의 경제적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16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시도별 연령별 만성질환 급여현황'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수는 지난 2010년 기준으로 217만9190명으로 2009년보다 11만8769명 증가했으며, 195만1832명이었던 2008년보다 22만7358명 늘어났다. 3년 연속 증가세다.
문제는 당뇨병 환자수는 계속 늘고 있지만, 정부의 약제비 차등제 도입 이후 약값으로 인한 당뇨병 환자들의 경제적부담도 동시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당뇨병과 고혈압을 앓고 있는 환자가 대학병원 의사로부터 90일 기준으로 혈압약인 아서틸과 경구용 혈당강하제인 액토스를 처방받았을 때 본인 부담금은 지난해 10월 이전보다 약 3만원 가량 늘었다.
대부분의 당뇨병 환자들이 2개 이상의 약을 처방받는 것을 감안하면 환자들의 본인 부담금은 상당폭 늘어난 셈이다.
환자들의 본인 부담금이 높아진 것은 약제비 차등제 시행 이전에는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 약값의 30%만 부담하면 됐지만 지금은 50%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1차 의료기관인 동네의원을 이용하면 이전처럼 약값의 30%만을 부담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의학계 관계자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일부 환자들이 1차 의료기관으로 옮길 수는 있지만, 병의 특성상 환자들이 2·3차 의료기관을 되찾게 돼 있어 경제적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대한개원내과의사회가 지난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제도 시행이후 3차 의료기관인 상급종합병원의 당뇨병 청구건수는 전년도에 비해 7.5% 감소했지만 동네의원은 6.3%, 병원급 의료기관은 2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철식 한림대 성심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1차 의료기관은 전문의와 합병증 검사를 위한 장비가 부족해 관리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환자들이 약값에 부담을 느껴 1차 의료기관으로 옮긴다 하더라도 병의 특성상 다시 2·3차 의료기관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환자 약값 본인 부담률 차등제가 사회취약계층에게는 치료 기회의 문턱을 높이는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경제적으로 사정이 나은 환자들의 경우 본인 부담금이 50%로 높아져도 큰 부담이 되지 않아 계속 치료받을 수 있지만 사회취약계층의 경우 약값 부담으로 인해 치료를 포기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제도 자체가 사회취약계층과 합병증이 많은 환자들에게 병원의 문턱을 높인 경향이 강하다"며 "평소 당뇨관리가 어려운 노인들과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3차 의료기관을 이용하는데 부담스럽게 만들어 치료의 기회를 포기할 수 있게 하는 등 역차별적 성격이 있다"고 비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제도 시행 후 결과를 모니터링하고 결과를 보고 있다"며 "향후 개선방안을 마련하는데 지적된 사안과 모니터링 결과를 반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