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애그플레이션에 대한 정부 대책이 '재탕'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2008년 예상치 못한 애그플레이션으로 정부가 한 차례 홍역을 치렀지만 4년이 지난 올해도 정부의 대책은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곡물가 상승으로 식탁물가와 가공식품 등 일반 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뜻하는 애그플레이션은 곡물 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수입 농산물 가격 급등 조짐..최악 곡물파동 오나
21일 기획재정부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2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33개국 중 28위를 기록했다. 최하위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은 유통 과정 등을 감안해 6개월 내에 국내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이미 수입 농산물 가격 급등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관세청의 '7월 주요 농축수산물 수입가격 동향'에 따르면 양배추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8.4%나 급등했다.
생강(22.3%)과 당근(20.8%)·냉동양파(11%) 등이 상승했다. 곡물류도 강낭콩(72.5%)·옥수수(37.9% )·원드(10.5%) 등이 올랐으며, 수산물 가격도 고등어(69%)·미꾸라지(47.6%) 등도 상승세를 나타냈다.
국제금융센터는 올해 역대 최악의 곡물 파동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센터는 이번 애그플레이션이 2007~2008년, 2010~2011년의의 곡물 파동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말부터 밀가루가 올 2분기보다 27.5%, 옥수수가루는 13.9% 급등하고 식물성 유지와 사료도 각각 10.6%, 8.8%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 실효성 낮은 미봉책만 되풀이
이에 따라 정부는 기금을 풀어 농산물 공급을 늘리거나 할당관세를 연장하는 등 가능한 모든 대책을 동원하고 있다. 계약 재배 물량을 늘리고 콩·밀 등의 곡물도 미리 수입해 비축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 곡물값 상승이 식료품 등 농산물을 재료로 한 제품들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나라경제를 뒤흔드는 애그플레이션 상황을 경험했다.
때문에 지난 2008년 전세계적으로 '식량주권'과 '식량자원 무기화'가 세계적인 화두로 등장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식량안보 차원에서 농업 정책을 다시 챙겨야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또 애그플레이션이 닥쳤지만 정부의 대처법은 달라진 것이 없다. 여전히 할당관세와 수입물량 확대 등 근시안적인 방법만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농업계 관계자는 "최근 농산물이 물가를 주도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근본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자체적으로 곡물을 조달할 능력이 적은 우리나라로서는 기상 이변으로 식량 위기가 오면 극복할 능력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과거 애그플레이션은 바이오연료에 대한 수요와 국제 투기 때문이었다면 지금은 이상 기후로 인한 공급 부족 때문"이라며 "세계 경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곡물가 상승이 지속될 수 있어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