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지난 2009년 서울 잠실에 7억원에 아파트를 매입한 김진원(가명)씨. 김씨는 이 과정에서 은행에 약 2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이달까지는 이자만 내지만 다음달부터는 원금을 함께 갚아야 한다. 원리금 상환액은 월 150만원 남짓.
집 보러 오는 사람은 없고 월리금 부담까지 커진 김씨는 최근 전세 계약을 반전세 계약으로 재계약했다. 세입자에 미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월리금을 지불하기 위해 어쩔수가 없었다. 4억원짜리 전세는 보증금 2억4000만원에 월 160만원짜리 월세 계약으로 변했다. 집주인 김씨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세입자의 월세부담으로 전환된 것이다.
매매 시장 침체기, 집주인의 대출상환 부담을 세입자에 떠넘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매매가격은 떨어지고 매매조차 쉽지 않자 매달 돌아오는 대출금 부담을 월세 전환을 통해 상쇄시키고 있는 것이다.
대치동 토마토공인 관계자는 “과거 주택 경기 호경기, 주택 가격 상승분이 이자 지출액을 상회하고, 거래를 통해 수익을 실현했지만 최근에는 집값이 하락하며 원리금은 그대로 지출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 설명했다.
주택 매매시장 침체기, 집주인은 전세의 월세 전환으로 대출 악몽에서 해방되는 반면 세입자는 주거비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문제는 세입자 부담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원리금 부담으로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집주인과 저금리 기조와 매매 시장 침체로 월세를 선호하는 투자자가 늘면서 세입자의 주거선택의 폭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3.6% 하락했다. 올 7월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만1882건으로 전년동기(3만5487건) 대비 38.3% 줄었다. 주택가격 하락과 불투명한 전망으로 인해 거래가 급감했다.
가온 ANC 이정찬 대표는 “시장이 침체기를 보내며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지고 보증금 활용도가 떨어진 요즘같은 때 일정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월세는 임대 시장의 주류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용인 동천태양 박찬식 대표는 “예전에 전세와 월세 비율이 7:3정도였다면 요즘에는 거의 5:5로 나온다”면서 “집값이 계속 떨어진다면 집을 가진 사람도 힘들겠지만 일부 자금 여유가 있는 세입자 제외하고 집없는 서민들의 생활고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