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정부가 추진중인 '옥외가격표시제'의 시범운영 결과 소비자와 해당 업소의 절반 이상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영업 활동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부가 가격표시판 부착 위치와 글씨 크기 등 최소한의 기준 이상의 '규제'에 가까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
아직 옥외가격표시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업체와 소비자도 많아 홍보 부족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27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내년 옥외가격표시제 의무실시를 앞두고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시범사업을 실시한 결과, 소비자(500명)와 시범사업 참여업주(250명) 과반수(50.4%)가 옥외가격표시제에 대해 만족한다고 답했다. 반면 불만족은 7.4%, 보통은 42.2%로 집계됐다.
특히 응답자의 70.1%는 옥외가격표시 여부가 업소 선택의 기준이 되고, 77.4%는 업소 이미지 향상에 기여한다고 답변했다.
옥외가격표시제는 음식점, 미용실 등 개인서비스 업소의 건물 밖에 가격표를 붙여 소비자들이 업소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바깥에서도 가격정보를 사전에 알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는 가격경쟁을 유발해 물가를 안정시키려고 지난해부터 물가대책의 일환으로 옥외가격표시제를 검토해 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가 영업 활동에 과도하게 개입해 업계의 자율을 침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현재 정부는 가격표시판 부착 위치와 표시물 규격, 글자 크기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가격표시판은 최소 297x210㎜ 이상, 글자 크기는 최소 가로 6mm, 세로 6mm 이상이다. 표시 품목수도 업소에서 제공하는 품목 중에서 대표적인 것으로 최소 5개 이상 제공해야 하며, 전체 메뉴가 5개 미만일 경우 모두 표시토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 옥외가격표시 시범거리인 서울시 송파구 신천역 부근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한 원장은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업소 입장에서는 옥외 간판 등 설치 비용 부담도 크고 규제에 가까운 옥외가격표시제 기준 때문에 불만이 많다"고 토로했다.
해외의 경우 옥외가격표시제의 표시방법 등에 대해서는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영국과 독일 등 유럽권 국가들은 옥외가격표시를 의무화하되 표시방법 등에 있어서는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으며, 미국과 캐나다는 업주마다 자율 실시중이다.
김시월 건국대 교수는 "법적 의무사항이 아닌 가이드라인 형태로 운영해 표시 방법 등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가격표시방법 등에 대한 정부 가이드라인은 업계 자율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하한만을 규정하고, 향후 실제 시행과정에서는 옥외가격표시의 취지를 살려 소비자들의 가독성 등이 최대한 확보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또, 옥외가격표시제에 대한 정보를 모르는 업체와 소비자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 노원구에 사는 오 씨(29·남)는 "내년부터 옥외가격표시제가 의무적으로 실시된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홍보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시월 교수는 "정부는 소비자와 업주를 대상으로 홍보 및 교육 등을 적극 실시해 자발적인 참여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며 옥외가격표시제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를 권유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8월부터 업주를 대상으로 직능단체 등을 통해 실시 안내문과 업종별 세부 가이드라인(실시요령)을 온·오프라인으로 발송키로 했다. 또, 일반국민에게는 각 부처 홈페이지를 통해 옥외가격표시제 시행 안내 팝업창과 배너를 게재해 알리도록 했다.
자치단체 대상으로는 시·도 부단체장 회의시 옥외가격표시 실시계획을 전달·홍보하고, 업종별로 지자체 담당공무원들과 간담회(워크숍)를 개최해 홍보키로 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는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하반기 중 옥외가격표시 홍보·계도 활동을 적극 전개해 옥외가격표시가 원활히 정착·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